주말 컬럼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안의 편견 (2021.5.15.)

joon mania 2021. 5. 13. 11:00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안의 편견 (2021.5.15.)

장애에 관한 언급은
민감하고 불붙기도 쉽다
차별금지법 만든다지만
법적 규제 마련에 앞서
편견부터 씻는게 먼저다

장애에 관한 언급은 항상 조심스럽다.책 잡히는 짓을 범하기 쉽다.넘지 말아야 할 선을 무심히 넘어간다.
지난달 정치인들 끼리 치고받은 사건은 한 단면이다.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발언이 발단이다.그는 방송인 김어준 씨를 엄호하면서 외눈 이라는 표현을 쓴다.누구는 외눈으로 보도하는데 다른 이는 양눈으로 보도한다는 식이다.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준 이하 표현이라며 시정하라 한다.발달장애인 동생을 둔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장애 혐오라고 사과를 요구한다.추 전 장관은 전체 맥락을 보라며 되레 두 의원을 공격한다.
불똥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도 튄다.5년 전,3년 전 발언이 끌려나온다.2016년 북 핵실험후 군 당국을 향해 눈뜬 장님이라고 했거나,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준 사법부에 외눈박이식 결정이라고 비판한 언급이다.심의원은 장애인 비하성 표현이었다고 바로 손을 든다.차별적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인정한다.자신의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한발 더 나간다.
외눈이라는 단어는 장애 비하 표현인 외눈박이와는 다르다.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외눈박이다.애꾸눈 이라는 심한 말도 있다.당사자가 비하 의도를 갖고 쓰지 않았다니 더 시비를 걸기는 어렵다.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결정문을 통해 정치인들에게 부정적 비유 대상으로 장애인을 언급하지 말아야한다고 했다.의도하지 않은 차별이 누군가에게 피해와 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서도 쓰지 말아야 할 장애인 비하 용어가 구체적으로 정리돼있다.국가인권위와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2011년 함께 만든 인권보도준칙을 통해서다.바보,병신,정신병자 같은 표현은 금기어다.난쟁이나 절름발이도 객관적인 용어가 아니다.꿀먹은 벙어리나 장님 문고리 잡기 처럼 속담에 담긴 익숙한 표현도 써서는 안된다.
장애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편견이 없는지 돌아보자.잠재 생각 속에 깔려 있거나 무의식중에 발현되는 편견 말이다.행여 장애인의 대칭 개념을 비장애인이 아니라 정상인이라고 인지하고 있지는 않는지 먼저 묻는다.장애를 남의 일로만 치부하는 이들에겐 편견을 넘어 두터운 장벽도 보인다.부정적으로 보거나 동정 혹은 시혜의 대상으로 간주하는데서 엇박자가 나온다.가족이나 가까운 주변에 장애인이 있는 이들의  공감지수는 높다.장애를 자신의 일로 보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 장애아 특수학교 설립을 받아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했던 엄마들의 사진을 기억한다.2017년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장면이다.그 특수학교가 올해 드디어 문을 열었다.7년여 공 들인 결과다.엄마들의 험난한 여정을 담은 `학교 가는 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도 며칠 전 개봉됐다.서울 지역에 특수학교가 세워진게 17년만이라고 한다.장애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 누가, 왜 이렇게 선을 긋고 벽을 쌓았는지 묻는다. 
심 의원이 마지막에 더한 한마디에 눈길이 멎는다.장애를 대하는 지침 처럼 읽힌다.그는 자신의 불철저한 인식을 되돌아보고 낡은 언어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각자 배인 습속을 하나씩 고쳐 나가는 질긴 노력이 쌓여질 때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한다.
국회에서 심의중인 차별금지법에서는 고용과 교육 등의 차별을 금하고 혐오를 막는 내용을 담으려한다.성별,장애,나이,종교,성적지향성 등 여러 요인을 포괄적으로 아우른다.이번에 4번째 시도인데 여전히 반발이 심하다.차별이 법적 규제로 과연 사라질지 의문이다.우리 안에 담긴 편견부터 걷어내는 일이 먼저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