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편견 걷어내기(2021.10.16.)
[세상사는 이야기]편견 걷어내기(2021.10.16.)
명작 `앵무새 죽이기`에서
편견의 폐해를 다시 봤다
나도 대선 투표에 앞서
후보들에게 씌워진 선입견
걷어내기부터 해봐야겠다
지난달 예기치 않은 돌발 사태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을 겪었다.책 몇 권에 의존하며 시간을 보내야했다.그러던 중 잊고 있던 명작을 만났다.미국 작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다.명작의 울림은 여전히 깊고 묵직했다.
그 책을 처음 접한 건 15년여 전이었다.미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할 때 당시 고등학교 다니던 아들 덕분이다.미국 고교의 필독서다.세월이 흐르고 환경이 변해도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곱씹을 교훈을 던진다는 점 때문이다.아들과 대화를 하려고 독서에 동참했다.영어 원본을 이해하기에 많이 벅찼다.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한 채 대충 넘어갔다.책은 1960년 출간됐다.196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이후 미국 내에서는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저자 하퍼 리는 이 책 딱 한권만 썼는데 문학계에서 누구보다 유명해졌다.
소설은 스카웃 이라는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 눈에 비쳐진 세상 이야기다.네살 위의 오빠 젬,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와 함께 산다.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메이컴이라는 가상 마을이 배경이다.변호사인 아버지가 지역법원 판사의 의뢰로 동네 백인 여자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던 흑인 톰 로빈슨을 변론한다.그 과정에서 흑인에게 만연하던 차별과 억지가 민낯으로 드러난다.백인 남성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뻔한 정황을 외면한다.죄없는 로빈슨에게 유죄 평결을 내린다.로빈슨은 수감후 실망감에 좌절해 무작정 탈출하려다 총에 맞아죽는다.흑인편에 섰던 스카웃 가족에겐 깜둥이 옹호자라는 비난과 협박이 쏟아진다.사건을 조작한 백인 여성 피해자의 아버지가 스카웃 가족을 공격한다.그때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온 이웃주민 부 래들리가 스카웃과 젬을 구해낸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나는 사람 관계에 존재하는 편견과 선입견의 무서움을 새삼 확인했다.흑인을 매도하는 백인들의 비뚤어진 행태는 로빈슨에게 예외없이 적용됐다.교육으로 깨우치고 벗어나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이성적 의견을 내놓기 힘들었다.젬과 스카웃에게도 편견은 스며들어 있었다.어린 시절 얻은 충격으로 사람들과 접하기를 꺼려 은둔하던 이웃사람 래들리를 향한 시선속에서다.어른이나 아이에게나 내재된 편견이 항상 작동했다.누군가 공격 대상으로 정해지면 분위기에 묻혀 그냥 굴러갔다.그 결과는 진실을 왜곡하고 죄없는 희생을 불렀다.언제나 힘없는 앵무새만 죽이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선 2022년 3월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놓고 격돌이 치열하다.집권당에서는 후보가 정해졌다.제1야당도 20여일후 가려진다.각각 후보가 결정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누구를 지지하고 선택할 것인지 정해야한다.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다.대통령 선거 본선 캠페인까지 가야하니 아직 한창 남았는데 김빠지는 얘기를 해야겠다.각 후보에 대한 나의 판단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것이다.솔직하게 털어놓는다.후보마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비전과 철학을 얘기했지만 소용 없다.나에게 입력된 선입견이 작동돼 이미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 같다.진보 혹은 보수로 갈라진 진영 가운데 내가 진작부터 한쪽에 치우쳐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후보별 성향이 개혁쪽인지 수구쪽인지를 보고 진작에 결정을 내려버려서 인지도 모르겠다.내놓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내심 지지하는 정당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아니 마음에 드는 후보를 찾지는 못했지만 최악을 피하려는 선택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앵무새 죽이기`가 나를 한방 크게 때렸다.이제부터 대선 투표 때까지 남은 기간에 나에게 씌워진 편견 걷어내기를 해봐야겠다.나의 판단을 한쪽으로 치우치게하는 편견을 없앤 뒤에도 같은 선택을 할지 시험해봐야겠다.선거일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과연 내가 바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