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컬럼

[세상사는 이야기] NOTA 보팅을 아십니까(2021.11.20.)

joon mania 2021. 11. 22. 21:20

[세상사는 이야기] NOTA 보팅을 아십니까(2021.11.20.)


냉소나 혐오 표출하며
외면하는 기권과 달리
투표엔 적극 참여하면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의사 표시 방법도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설 주요 후보들이 확정됐는데도 시중 여론은 싸늘하다.2022년 3월 9일 치러지니 100여일 앞인데 황당한 일이다.제1당 이재명 후보나 제2당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非)호감도가 너무 높다.한 후보는 대장동 개발 책임에서 자유롭지못하다.공분을 부르는 희대의 불로소득 잔치다.다른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직접 얽혀있다.검찰권의 사유화와 정치 개입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사안이다.상위 주자들인데 당사자의 도덕성,천박한 철학과 역사의식,배우자나 주변인물 잡음 까지 실망이 적지 않다.군소정당 후보들도 마뜩잖다.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이런 인물중에 맡겨도 될지 씁쓸하다.최선을 택하는 게임은 물건너갔다.최악을 피하고 차악이라도 골라야할 판인데 그것조차 찜찜하다.그렇다고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행사해야 할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유권자들의 이런 고민을 반영한 제도가 있다.
투표하러 가서 정치적 의사는 확실히 표출한다.기표 용지에 나열된 후보 누구도 지지하지는 않는다.기표 항목 맨 밑에 있는 `위의 후보 누구에게도 표를 주고 싶지않다(None of the above)`는 칸에 도장을 찍는다.머릿글자를 따서 NOTA 보팅이라고 부른다.출마한 후보 전부를 반대한다(Against all)는 의사표시다.아니다 싶은 후보를 하나씩 지우는 표시를 하다 모두가 그 대상이 된 꼴이어서 스크래치(Scratch) 보팅이라고도 한다. 
NOTA 보팅은 기존에 존재하는 기권과는 다르다.기권은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고 외면하는 행위다.캠페인 과정에서도 후보들의 유세나 공약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냉소와 혐오를 표할 뿐이다.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반면 NOTA 보팅은 다르다.투표장에 가서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한다.정당 혹은 진영에 대한 지지와 별개 문제다.후보들 중 선택할 대상을 찾지 못해 내리는 결정이다.NOTA 보팅은 투표율에 반영된다.참정권을 적극 행사하며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다.오히려 수준 높은 정치 참여다.
이런 제도를 도입한 나라가 의외로 많다.미국 유타주가 쓰고 있다.아시아에서는 인도,인도네시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이다.유럽에는 더 많다.불가리아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는 NOTA 보팅이 5.6%를 얻었다.영국에선 시민운동으로 출발한 뒤 정당 형태까지 진전했지만 아직 실제 선거에 소속 후보를 당선시키지는 못했다.스페인,그리스,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도 이 제도를 시행중이다.캐나다는 변형된 NOTA 보팅 방식을 쓴다.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 공식적으로 투표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 NOTA 보팅과 마찬가지의 효력을 인정받는다.아르헨티나에서는 봉투에 투표 용지를 담지 않고 함에 넣으면 백지 투표 즉 NOTA 보팅으로 간주된다.
NOTA 보팅이 다수를 차지하면 어떻게 될까.선거를 다시 치러야하는 것은 기본이다.선출 대상 공직을 비워둘 수도 있다.대법원 등 다른 권위를 가진 기관에 의해 지명하는 방법도 대안이다.치명적인건 후보를 낸 기존 정당들이 설 땅을 잃는 사태다.정치 체제에 대한 원천적인 부정을 당한 셈이 정당 정치 판을 완전히 새로 짜야한다.
NOTA 보팅을 도입하려면 우린 대통령 선거법과 공직자 선거법을 바꿔야한다.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기존 정당들이 스스로를 부정당할 수 있는 이런 제도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그렇지만 후보자 누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기표 항목을 만들자는 시민들의 요구는 커질 수 있다.지난달 컬럼에서 여야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그동안 갖고 있던 편견 걷어내기 노력을 투표일까지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쉽지 않음을 벌써 느끼고 있다.요즘 정치판 기류를 보면 되레 걱정스럽다.제20대 대통령선거가 대한민국에도 NOTA 보팅을 도입하자는 여론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까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