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마음이 끌려야죠 (2022.3.5.)
[세상사는 이야기] 마음이 끌려야죠 (2022.3.5.)
예술쪽엔 대중이 공감할
감성을 자극하면 통한다
대통령으로 누굴 뽑을지
아직 결정 못내린 분들
딱 하나만 보고 찍으시길
서양 음악사에는 발라드 오페라라는 용어가 있다.1700년대 초반 무렵부터 대중에게 인기를 끈 장르다.기존의 오페라 작품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곡에 익살과 조롱, 풍자로 꾸며진 가사를 붙인 대중 오페라다.런던 피카딜리 거리 주변 극장에서 무대에 올려졌다.그때까지 왕과 귀족 등 소수층만을 위해 만들어졌던 오페라에 비하면 저급하고 거칠다는 얘기를 들었다.그러나 대중은 좋아했다.이를 오늘날 뮤지컬의 시초로 본다.런던이 자본력과 상업성에서 뉴욕 브로드웨이에 밀리지만 뮤지컬의 메카로 대접받는건 발라드 오페라의 전통에 힘입은 바 크다.
발라드 오페라가 인기를 끈데엔 두 요인이 작용했다.첫째 영어로 된 가사다.기존의 오페라에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어를 틀에 박힌 듯 가사로 붙였던 반면 발라드 오페라는 영어로 가사를 꾸몄다.청중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둘째 런던에서는 신흥 부르주아층이 문화를 즐기는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다.어느 도시보다 앞서 이뤄진 18세기 산업혁명 덕분이다.한마디로 정리하면 다수 대중의 마음을 끌어갔기 때문이다.
세계 뮤지컬계의 양대 거두 중 한 사람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1986년 내놓은 `오페라의 유령` 중 `밤의 노래`가 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중 일부를 표절했다는 것이었다.푸치니 재단에서 소송을 준비하다가 법정까지 가지는 않았다.양측간 막후 화해를 이뤄냈다.웨버쪽에서 표절을 자인하고 일정한 댓가를 건넨 듯 하다.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알 수는 없다.웨버는 다른 곡에서도 표절 시비에 시달렸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중 `나는 그를 어떻게 사랑해야할지 몰라`라는 곡도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Op.64` 2악장을 표절했다는 것이다.클래식 음악 저작권은 95년을 적용한다.보호 기간이 지났으니 법적 소송 대상이 아니다.그래도 웨버는 솔직하게 인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멘델스존의 원래 멜로디에 여주인공 마리아 막달레나의 감정을 더해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그래도 화성이나 멜로디를 새로 추가했다.”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존경하는 대가나 선배의 작품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는 전통이 존재했다.클래식 음악에서나 대중 음악에서나 공통적이다.현대 클래식음악에선 기존의 여러 명작에서 부분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곡을 만들기도 한다.이런 방식을 폴리스타일리즘이라고 부른다.바로크 시대에도 바흐는 비발디 곡을 그대로 끌어다 썼다.베토벤과 리스트도 바흐의 멜로디를 기꺼이 인용했다.대중이 좋아하면 다 통했다.
발라드 오페라와 웨버의 표절 시비 같은 재미있는 얘기는 조병선 교수의 `클래식 법정`이라는 명저에 자세하게 나온다.저자는 독일에서 공부한 법학 교수인데 음악 전공자보다 더 박학다식하다.나도 그의 책에서 자세한 내용을 통째로 가져와 전한다.
틀에 박힌 이탈리아어를 팽개치고 영어로 가사를 만든 발라드 오페라나 클래식 음악 표절에 휩싸인 웨버의 뮤지컬 각각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공한건 대중의 마음을 끌어갔기 때문일 것이다.음악과 미술 등 예술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분야이니 쉽게 이해된다.하지만 이성에 호소해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일에서도 나는 비슷할 것으로 본다.마음이 끌리는게 먼저여야한다는 얘기다.하물며 자기에게 표를 달라고 나선 대선 후보 정치인들에겐 더욱 그렇지 않을까.나흘 후엔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투표를 해야한다.그들이 내건 미래 비전과 정책을 충분히 비교해봤다.본인과 배우자 등의 약점도 파악했다.그래도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면 투표장에 가기 전까지 한 가지만 따져 보라고 권한다.이런저런 얘기 다 떠나 누가 내 마음을 끌어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