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한국전쟁 추모의 벽 (2022.6.18.)
[세상사는 이야기] 한국전쟁 추모의 벽 (2022.6.18.)
대한민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제막식에 가서
4만3769명 전사자 이름을
불러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한미동맹 다지기가 있을까
`추모의 벽' 건립에 들어갈 비용은 2420만 달러(279억원)였다.관련 법을 통과시킨 미국 의회는 연방정부 예산을 쓰지는 못하게 했다.민간에서 모금이 시작됐다.4년여 진행했으나 지지부진했다.한국 정부가 나섰다.전체의 97%에 달하는 비용을 지원했다.재미 교포와 국내 기업 그리고 향군 단체 등도 동참했다.1년2개월 공사 끝에 완성됐다.올해 7월 27일 한국전쟁 종전일에 맞춰 제막식을 갖는다.
미국에서 한국 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불렸다.3년 동안 3만3695명이 전사했고 9만2000여명이 부상을 당했는데도 대접을 못받았다.미국과 소련의 진영 대결 이른바 냉전의 소용돌이에서 생긴 안타까운 희생이었다.
추모의 벽은 미 육군 예비역 대령 윌리엄 웨버씨의 헌신에서 출발했다.1925년 생으로 1943년 육군에 입대해 2차세계대전을 치러낸 그는 1950년 한국전쟁에 187공수여단 대위로 다시 참전했다.1951년 원주 전투에서 오른 팔과 오른 다리를 잃었다.처절한 치료와 재활을 거쳐 현역으로 복귀했다가 1980년 대령으로 예편했다.1986년부터 그의 행보가 시작됐다.한국전쟁 참전기념관 건립 운동이다.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되새길 전쟁으로 다시 자리매김하자는 작업이었다.1995년 첫 결실이 맺어졌다.워싱턴DC 내셔널 몰 한쪽에 위치 한 한국전쟁 기념공원이다.판초를 입은 19명의 장병이 완전군장을 한 채 전투 대형으로 행군하는 조형물과 기념비가 세워졌다.웨버대령과 참전 용사들은 민간단체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갔다.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을 세우자고 나섰다.2차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참전비엔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지만 한국전 기념비에는 없기 때문이다.2014년 추모의 벽 설립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한국전 참전용사 출신 샘 존슨 공화당 의원과 찰스 랭글, 존 모니어스 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나섰다.2016년 상원과 하원은 만장일치로 법을 통과시켰다.미국의 젊은 세대에게 한국전쟁을 기억하게 하자는 취지였다.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다지자는 뜻도 더해졌다.
추모의 벽 완성을 목전에 두고 올해 4월 웨버 대령은 세상을 떠나버렸다.하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역사와 현실에 공존할 수 있게됐다.3만3695명의 미군과 7174명의 한국군 카투사를 합쳐 4만3769명의 전사자 이름이 높이 1미터, 둘레 50미터의 100개 화강암 판위에 새겨졌다.첫 줄 맨 앞 주인공은 애런(Aaron Jr., John) 이등병이다.22세로 1950년 7월27일 하동 전투에서 사망했다.참전국가,부상자,실종자,전쟁포로 숫자도 함께 기록됐다.
1995년 7월 한국전쟁 기념공원 제막식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으로 날아갔다.2021년 5월 추모의 벽 착공식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다음달 열릴 추모의 벽 제막식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이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기대한다.스페인에서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두 번째 해외 방문이 될 수 있다.외교적,경제적으로 큰 비중을 갖는 미국이니 이해득실을 한참 계산해봐야 할 것이다.사전에 준비해야 할 사안이 넘칠게다.그렇지만 준비가 부족하고 격식에 안맞더라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제막식에 가야한다고 본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못만나도 된다.추가 일정을 만들지 못해도 상관 없다.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무박3일의 방식이라도 좋다.가는 비행기에서 잠을 자고 제막식 행사만 참석하고 돌아와도 된다.남의 나라를 지켜주려 목숨을 바친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고마움을 표하는 단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대한민국 대통령이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다.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다지는데 이 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