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컬럼

[세상사는 이야기] 멋진 신세계? (2022.7.23.)

joon mania 2022. 7. 20. 09:24

[세상사는 이야기] 멋진 신세계? (2022.7.23.)

현대인에겐 전체주의 같은
왜곡된 정치체제를 넘어
잠시도 놓지못하는 휴대폰과
생활 파고든 공룡 플랫폼이
더 무서운 빅 브라더 아닐까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쓴건 1931년 이었다.셰익스피어 희곡 템페스트에서 제목을 따왔다.제5막1장 속 여주인공 미란다의 독백에서다.제목은 가슴 벅차게 만드는데 정작 내용은 다르다.인간의 암울한 미래를 심각하게 그린다.
대전쟁에서 탄저균 같은 생화학무기가 사용돼 많은 인명이 살상된다.종전후 거대한 세계 정부가 들어선다.세계는 하나의 정부 손아귀에서 움직인다.모든 것은 자동 생산된다.사람도 물론이다.인구는 20억명으로 유지한다.태어나기 전 어떤 삶을 살지 미리 결정된다.알파에서 엡실론까지 5등급으로 나뉜다.알파는 지도층,베타는 중산층,감마는 하류층이다.바닥층은 델타와 엡실론 계급으로 이들에겐 비정상적 체형이나 외모 심지어 장애를 갖도록 유전자가 조작된다.아이들은 교육받을 때 조건 반사와 수면 암시 등 방식으로 계급에 맞는 세뇌 과정을 거친다.
공장식 대량 생산의 고안자 헨리 포드를 주님으로 받든다.포드 자동차가 세상에 선을 보인 1908년을 인류의 새 기원으로 삼았다.첫번째 모델 T 생산일이 포드력(A.F.:After Ford)의 시작일이다.책의 시점은 포드력 632년이다.서기 2540년인 셈이다.주님을 부르는 마이 로드(My Lord)를 마이 포드(My Ford)로 바꿨다.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갈등이 여기엔 없다.태어날 때부터 신분을 정하고 그에 맞춰 할 일과 지위도 따라가는 만큼 욕망이나 좌절이 없다.상류층이 하위층을 학대하거나 착취하지 않는다.모든 물자는 철저한 통제 속에 생산되고 배급된다.정해진 파트너와만 섹스를 해야하나 결혼은 필요 없다.촉감까지 생생하게 느낄수 있는 오락 수단으로서 섹스를 즐긴다.오늘날 가상현실과 비슷한 개념이다.소마라고 불리는 일종의 마약이 누구에게나 배급되는데 복용하면 최고의 행복감과 안정감을 만끽한다.
인간의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는 1921년 쓰여진 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이라는 명저가 개척자다.1924년 영역본이 나왔지만 당시 소비에트 체제를 비판한 러시아어 작품이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투명한 푸른벽에 둘러싸여 은혜로운 분이 다스리는 단일 국가 체제아래 통치되는 인류 세계를 묘사한다.푸른벽 너머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유일한 시간은 장막을 쳐주는 섹스 타임만이다.그나마 할당된 횟수와 시간내로 가능하다.억압과 울타리를 벗어나보려던 주인공에겐 상상력 적출 수술이라는 처벌이 가해진 뒤 푸른벽 안으로 다시 흡수된다.
최고 지배자 `빅 브라더`의 통제속에 사는 조지 오웰의 `1984`도 있다.인공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계에 살다가 꿈에서 깨어나 자유를 찾으려는 인간들을 그린 영화 `매트릭스`도 있다.
헉슬리나 오웰의 역작을 읽을 때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독재와 전체주의 같은 정치 체제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발전과 그를 활용한 기기들로 인해 되레 인류의 존립이 위협받는다는 경고를 그들은 진작 보냈다.그러나 우리 시대에 해결책과 대안 마련엔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 듯 하다.
나에게 다가온 푸른벽이나 매트릭스는 어떤 모습일까.빅브라더가 통제하는 `1984`나 `멋진 신세계`에 갖혔음을 언제 깨닫게 될까.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휴대폰과 그걸로 접하는 페이스북,유튜브 그리고 네이버,카카오톡 등 공룡 플랫폼이 우리를 이미 `멋진 신세계`로 밀어넣어버린 것은 아닐까.인공지능 로봇과 드론이 빅브라더 자리를 차지한건 아닐까.
개인적으론 휴대폰에서 얼마나 자유로웠는지를 보여주는 스크린타임 수치 줄이는 노력 정도가 전부이니 문명의 이기에 끌려만 가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다.가상 현실의 꿈에서 깨어나 진정한 현실을 찾으려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 같은 시도를 위해 조금 더 몸부림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