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아듀! (2022.12.17.)
[세상 사는 이야기] 아듀!
클래식 음악이 시대를 넘어
생명력 유지하는 이유는
대중의 사랑 덕분이다
컬럼도 독자 공감 핵심인데
제 몫 다 했는지 부끄럽다
클래식 음악 이라면 베토벤을 떠올린다.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단의 웅장함에 압도되는 교향곡 9번 <합창> 덕분이다.선율로만 따지면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가 더 끌린다.모차르트를 꼽는 이도 있을게다.번뜩이는 천재성에 짧게 마감한 인생 스토리가 극적이어서다.피아노 음유시인 쇼팽이나 독일 가곡의 원조 슈베르트를 더 쳐주는 이도 있다.여하튼 이들의 작품은 누구나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만큼 가까워져있다.
클래식 뮤직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유럽 지역의 고전 음악이다.하나의 영역으로 자리 잡고 개념화 된 건 1800년대 즉 19세기 들어서다.18세기부터 계몽주의가 출현하고 인문학이 발전하면서 함께 융성했다.르네상스 시대나 바로크 시대엔 왕과 귀족층의 재정 지원 아래 그들만의 전유물이었다.그런데 시민 계급의 성장과 더불어 문화를 공유하려는 욕구가 커져 대중과 연결되는 큰 변화를 맞았다.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면서 지난 2년 동안 주제를 한참 넘어서는 무모한 짓을 했다.아침에 클래식 음악을 한곡 씩 골라 약간의 해설과 함께 영상이나 녹음 파일을 발송했다.처음엔 욕심을 부려 매일 보내다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줄였다.지난 달 작업을 종료하며 헤아려보니 127명의 음악가에 작품은 210곡에 달했다.
첫 주인공은 힐데가르트 폰 빙겐(1098~1179년) 이었다.서양 음악사에 기록으로 남아있는 작곡가 중 가장 오래 된 인물이다.수녀 신분이었는데 의사이자 과학자로도 활동했다.남성 수도원으로부터 독립된 여성만을 위한 수녀원을 운영했다.여성도 의과대학에 다닐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초기 페미니스트들은 빙겐을 그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끌어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그의 <오 지혜의 덕이여>라는 작품은 화성이나 대위법 없이 하나의 성부로만 이뤄진 단성음악이다.초기 교회음악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 주자는 현재 활동 중인 대한민국 출신 진은숙(1961년 출생) 작곡가였다.독일에서 활동한 윤이상 작곡가의 제자 강석희 서울대 교수에게서 배웠는데 가정 형편상 여유가 없어 스트라빈스키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악보를 베끼면서 작곡 공부를 했다는 그의 학창 시절 얘기가 인상적이다.1991년 내놓은 <말의 유희>와 2007년 발표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작품은 걸작이다.
동 시대에 걸쳐지는 작곡가 중에는 존 윌리엄스나 엔니오 모리코네 같은 영화음악 거장들이 수신인들로부터 큰 반응을 불렀다.필립 글래스나 칼 젠킨스 같은 현대 음악가들은 신비주의나 미니멀리즘을 응용해 광고나 영화 음악에서 선호된다.음악에서도 최소한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인데 복잡한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도피 심리를 찌른 것인지도 모른다.신디사이저나 일렉트릭기타 같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악기를 주로 쓰는 작품도 클래식 음악의 하나로 어엿하게 대접받는다.
음악 발송을 마무리 할 무렵 세계적인 음악 채널 ‘클래식 FM’이 선정한 역대 30인의 위대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 리스트를 발견했다.바흐,모차르트,베토벤이 1~3위에 올라 있다.4위에는 첫 발송 작곡가 빙겐이 자리했다.30명 중 27명이 나의 선택 127명에 포함돼 있었던 점에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제한된 몇 분들만 대상인 클래식 음악 발송을 접었던 감회를 털어놓는 것은 2년 넘게 써온 주말 컬럼을 오늘로 마무리하며 비슷한 심정이기 때문이다.클래식 음악은 대중의 사랑 덕분에 시대를 넘어 생명력을 유지한다.신문 컬럼도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촌철살인이나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꾸며야한다.그런 점에서 제 몫을 했는지 부끄럽다는 고백과 함께 독자들께 이제 작별을 전한다.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