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흑인대통령 탄생

미국이 열광하는, 오바마 신드롬 5가지 이유 (2008.2.22.)

joon mania 2015. 7. 25. 09:45
미국이 열광하는, 오바마 신드롬 5가지 이유 (2008.2.22.)

"오늘의 선거는 부자 대 가난한 자, 젊은이 대 나이든 이, 흑인 대 백인 간 대결이 아닙니다. 과거 대 미래의 대결이었습니다. 우리는 각각 다르지만 전체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숨쉬는 한 희망과 변화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난 1월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 후 버락 오바마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국민들이 오바마에 환호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과 경기 침체 염려에 불안해하는 미국인들에게 그는 기성 정치권과는 다른 변화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다. 오바마 돌풍은 미국에서 정치 혁명으로 승화될 가능성을 보이며 진행되는 중이다. 

지난 5일 치러진 슈퍼 화요일까지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간 대결은 무승부였다. 

오바마 대세론은 이후부터 고조되고 있다. 해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경쟁자인 힐러리를 이긴 것으로 21일 발표돼 오바마는 11전 전승으로 파죽지세를 과시했다. 

라이벌 힐러리와 전국 지지율 조사에서도 자연스럽게 우위를 점했다. 로이터와 조그비 공동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52%로 38%인 힐러리에 비해 14%포인트나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미 공화당 후보로 굳어진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본선 가상 대결에서도 주요 기관 대부분 오바마 승리를 점친다. 

로이터+조그비는 매케인 40%대 오바마 47%로, USA투데이+갤럽은 매케인 46%대 오바마 50%로, ABC+워싱턴포스트는 매케인 46%대 오바마 49%로 각각 집계했다. 

요즘 오바마 강세에는 기존 흑인이나 자유주의 성향 무당파 지지는 기본이다. 여기에 이제는 젊은층과 백인 베이비붐 세대의 열광적인 지원이 더해졌다. 

오바마는 미국에서도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층을 새로운 정치 환경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극렬 지지세력인 `오바마니아(Obama + Mania)`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각종 행사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오바마가 연설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 경청하며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오바마 유세장은 록스타 공연장처럼 구호를 외치며 오바마가 떠나도 축제처럼 이어진다. CNN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10~30대 80% 이상이 오바마 지지자라고 분류할 정도다. 

1960~70년대 반전 운동과 히피 문화를 경험했던 50ㆍ60대 백인층도 오바마에게서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발견했다. 고학력-고소득 백인층 지지가 압도적이다. 이러다 보니 공화당에서도 현 부시 정부에 실망한 세력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오바마칸(Obama + Republican)`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오바마를 지지하는 공화당원 존재를 의미한다. 

수려한 연설 솜씨는 오바마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오바마는 2004년 7월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찬조연설자로 등장해 명연설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자신을 알렸다. 그의 연설 스타일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참신함과 지적 향기를,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진실성과 절실함을 함께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설 기법도 구체적인 정책과 내용보다는 감성에 호소해 감동을 주는 방식을 더 활용한다. 탁 트인 음성도 강점이다. 

여기에 그의 상징인 `변화와 희망`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어느덧 `검은 케네디`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초반에는 흑인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1월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흑인 유권자 78%가 오바마에게 표를 던졌다. 이제는 흑인이라는 한계도 극복하고 있다.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흑인이 아니라 점진적 개혁을 통해 권리를 찾아 가자는 그에게 흑인은 물론 광범위한 계층이 지지를 보낸다. 흑인, 여성, 이민자, 보수정치에 실망한 국민 모두를 끌어모을 통합의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이라크 전쟁에 지친 미국 국민에게 오바마는 일관성 있게 반대를 외친 드문 정치인이다. 그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부터 이라크전에 반대 의견을 보였으며 이제는 이라크 주둔 미군 완전 철수 계획을 제안해 놓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라크전에 한때 찬성했던 약점을 갖고 있는가 하면 공화당의 존 매케인은 오히려 이라크전쟁 옹호론자다. 반전 여론이 먹히는 한 오바마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 발표 후 작년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모은 정치 헌금은 5800만달러로, 정치권 사상 단기간 내 최다 기록을 세웠다. 내용 면에서도 전체 모금액 중 200달러 이하 소액 기부가 28%로, 다양한 지지층을 확보했음을 과시했다. 

올해 슈퍼 화요일을 앞둔 1월에도 같은 상황을 재연해 저력을 과시했다. 

오바마 진영이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1월 선거자금 모금액으로 신고한 규모는 3600만달러. 힐러리 측 1350만달러의 2.7배, 공화당 매케인 상원의원의 1200만달러에 비해서는 3배를 넘는다. 

중요한 것은 모금 내역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월 오바마 모금액 중 80%인 2800만달러가 온라인 모금액이며 또 이 가운데 90%가 100달러 미만, 특히 40%는 25달러 미만 기부자들이었다. 

특히 1월 오바마 진영에 돈을 낸 약 30만명 가운데 20만명가량이 처음 오바마에게 기부금을 낸 사람들이었다. 

연방 상원의원 출마 당시 5만명도 채 안되는 지지자밖에 없었던 버락 오바마에게는 이제 든든한 개미군단이 버티고 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