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감독개편안 시행 산넘어 산(2008.4.2.)
美 금융감독개편안 시행 산넘어 산(2008.4.2.)
정치권ㆍ월가 반대 거세…폴슨 재무 "여러 해 걸릴것"
조지 부시 행정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내놓은 금융감독 개편안은 미국 금융감독 시스템 근본을 바꾸려는 시도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계속 이어져온 금융감독 뼈대를 획기적으로 손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법률 제정과 개정 작업이 의회에서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임기를 불과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집권 말기에 부시 행정부가 이 같은 대규모 개편 작업을 밀어붙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편안이 의회 동의를 거쳐 실제 시행되는 것은 올해 11월 선거에서 승리한 차기 정권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 두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부터 당장 이번 개편안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클린턴 의원은 "재무부가 마련한 개편안과 현재 마주하고 있는 위기 사이에는 심각한 격차가 있다"며 "개편안은 위기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너무 늦었고 내용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의원도 "금융감독 개편안이 그동안 부족했던 규제를 보강한다고 했지만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상원에서 인준 업무를 지휘할 은행위원회 크리스토퍼 도드 위원장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주택시장 가압류 사태 해소 방안"이라며 "우선 눈앞에 닥친 위기부터 해결한 뒤 금융감독 개혁안 같은 거창한 일로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내놓은 개편안에 대해 수용한다는 의사는 아니다.
개혁안 주요 내용은 크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감독 기능 강화와 기존 감독기구 통폐합, 새 기구 신설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FRB가 금융시장 총괄 감독기관으로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는다는 대목이다. FRB는 기존 전국 단위 상업은행만을 대상으로 하는 권한 행사를 넘어서 증권사, 헤지펀드, 보험사, 대부조합 등에까지 감독 업무를 행사한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FRB가 앞으로 `시장 안정 조정자` 기능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감독 시스템 재조정에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조사ㆍ감독에 관한 슈퍼파워를 FRB가 갖게 된다면 시장 위기 때 본연의 기능인 최종 대부자로서 기능과 합쳐져 견제 장치 없는 기구로 갈 수 있다는 염려도 있다. 또 해당 금융사가 전체 금융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확인된 후에 행사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기관이 통폐합된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흡수시켜 포괄적인 감독권을 부여한다. 모기지 업체와 보험사에 대해서는 각각 별도 전담 감독기구를 신설한다. 모기지발행위원회(MOC)는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 발행과 사후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고객보호 책임도 맡는다. 주정부에서 감독권을 갖고 있던 보험회사에 대해서는 재무부 산하에 보험감독청(OIO)을 신설해 연방정부 차관에서 감독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