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버지니아텍 총기사고 후 1년(2008.4.18)
[기자24시] 버지니아텍 총기사고 후 1년(2008.4.18)
꼭 1년 전 오늘이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폭력 사태가 빚어진 날이었다"고 표현했다.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남쪽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텍 캠퍼스는 피로 물들어버렸다.
무차별 총질을 했던 범인부터 이유 없이 쓰러져간 학생들, 제자의 광란 행동을 막다가 목숨을 잃은 교수까지 모두가 피해자였다. 사고 1년 후 캠퍼스는 그래서 더 슬펐다.
16일 열린 추모식에서 찰스 스테거 총장은 "우리의 고통은 누구도 덜어줄 수 없다"며 "우리들 모두가 서로를 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작 가슴에 더 큰 멍에를 멘 이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총격 현장에서 부상을 입고 살아 남은 생존자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희생자의 유족들, 그리고 범인 조승희 씨의 부모와 형제들.
남은 과제는 비슷한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다.
자폐증으로 시작돼 결국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했던 범인 조씨를 관할 지역 치료기관은 방치했다. 조씨 같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버지니아텍 총기 참사의 한 원인이었다.
첫 2명에 대한 총질 후 2시간여 동안 총격 사실을 학내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던 버지니아텍 당국의 미숙한 대처도 사태를 키운 원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 사회의 이중적인 태도에 있다. 버니지아텍 사고 전에도 숱하게 터졌고, 그 후에도 총기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총기 구입과 소유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는 현재의 체계로는 제2, 제3의 버지니아텍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빗발치던 총기 규제 목소리에 움직이는 듯 하던 상ㆍ하원 의원들이 미국총기협회 같은 이익단체들의 로비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한 대책 마련은 요원해진다.
매년 봄이 오면 그날도 꼬박꼬박 올 것이다.
희생자 추모만 반복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과 거리가 먼 일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