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韓ㆍ美 쇠고기 막판 줄다리기(2008.6.19)

joon mania 2015. 7. 27. 18:41

韓ㆍ美 쇠고기 막판 줄다리기(2008.6.19)

金본부장 "갈아입을 옷 가져왔다" 장기화 포석도




17일 오후 4시(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 블록 떨어진 무역대표부(USTR) 청사에 나타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선선해진 날씨 때문인 듯 지난주 말과 달리 정장에 넥타이까지 맨 그는 "협상 전망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국민적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2시간10분이 경과한 뒤 회의에서 나온 그는 "내일(18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만 말하고 차에 올랐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협상에는 주고받는 바닥과 윗선이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바닥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가 모호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쇠고기 수입에 관계되는 업체들의 상업적 이익의 균형이 중요하냐, 아니면 국민적 감정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냐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통상장관 간 담판에서 합의 내용이 약하면 한국 내에서 국민적 반발이 불가피할 것임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과 이날 오후 만난 수전 슈워브 USTR 대표는 당초 잡혀 있던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도 참석하지 않은 채 한ㆍ미 쇠고기 추가 협상 준비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레첸 해멀 USTR 부대변인은 "슈워브 대표가 이번 협상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다"며 "슈워브 대표가 18일에도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날 협상 시작 전 청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워싱턴 특파원들에게 "미국 측이 여러 제안을 해와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해 실무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양국 간에는 기술협의를 먼저 진행했다. 한국 측에서는 최종현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 이양호 주미대사관 농무관, 김창섭 농수산식품부 가축방역과장이 실무 대표로 나서 미국 농무부(USDA)에서 미국 측 실무진과 만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한국 내 수입을 실효적으로 막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를 협의했다. 


김 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묻는 질문에 "귀국행 비행기는 여러 개를 예약해 놨다. 갈아입을 옷도 가져왔다"고 말해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주목할 일은 미국 측이 김 본부장의 귀국을 만류했음을 적극적으로 나서 밝히는 한편 당초 공식 회담을 하기로 했다가 미뤘던 16일의 비공식 회동 사실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측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방향을 정하고 내용을 채우는 데 고심하고 있다는 관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