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추가협상 막판 쟁점은?(2008.6.20)
美 쇠고기 추가협상 막판 쟁점은?(2008.6.20)
수출금지 시한ㆍ자율규제등 기술적 문제 놓고 줄다리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8일 밤 9시 30분(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오면서 "원칙에는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미국으로 날아온 뒤 엿새 만에 한ㆍ미 쇠고기 추가 협상에서 진전을 끌어냈음을 밝힌 첫 언급이었다.
그레첸 해멀 USTR 부대변인도 "많은 문제가 남았지만 진전을 이뤘다"고 밝혀 큰 틀에서 가닥을 잡았음을 시사했다.
양측이 합의한 원칙과 큰 틀이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반입을 △민간 자율규제에 의해 막고 △이에 대한 양국 정부 담보(특히 미국 측 확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추가 합의가 필요한 기술적이며 세부적인 부분은 △수출증명(EV) 프로그램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EV 프로그램 시행 기간을 얼마로 확보할 것인지 △자율규제를 어긴 업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으로 요약된다.
민간업체 자율규제에 정부가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매우 독창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하는데 이 점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협상은 당초 이미 막후 접촉을 통해 방향을 잡아놓고 극적 효과를 위해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19일 오후 2시로 잡혔다고 발표되면서 시한을 정해 놓고 타결을 이끌어내려는 `쫓기는 협상` 아니냐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USTR 대표 간 공식 회담 외에 비공식 회동이 병행되고 실무진 기술 협의가 꾸준히 이어질수록 `쉽지 않은 협상`임을 감지하게 했다.
이 대통령도 1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5차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 식탁에 오르지 않게 할 것이고 미국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 믿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협상 최종 저지선까지 드러내 보였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기로 했던 장관급 공식 회담은 계속 개최 시간을 미루다 결국 비공식 회동으로 대체됐다. 18일 오전으로 잡혔던 4차 공식 회담도 예정보다 8시간여 후에 열리는 등 난항을 거듭했다.
미국 측은 당초 "재협상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였지만 현실을 감안해 탄력적인 자세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출하면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아예 외면하는 사태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한국을 교두보로 대만 일본 중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쇠고기 시장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데 처음부터 제동이 걸리는 상황을 미국이 원치 않기 때문에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서울 = 김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