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대북제재 조치, 아직 많이 남아있다(2008.6.28)
美의 대북제재 조치, 아직 많이 남아있다(2008.6.28)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에 맞춰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고 적성국교역법 적용도 해제했지만 아직도 다른 분야에서 대북 제재는 엄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아침 북한에 대한 일부 제재 해제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별도로 시행되고 있는 대북 제재 리스트를 공개했다.
북한의 핵실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인권침해 등과 관련된 제재는 다른 법과 규정에 따라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를 의회에 통보하겠다고 밝힌 회견에서도 "미국은 평양의 정권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여전히 북한의 인권 유린, 우라늄 농축 활동, 핵실험과 확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이 한국과 이웃 국가에 주는 위협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힘줘 언급했다.
제재 해제에 대한 미국 내 강경파와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 내부의 반발을 감안한 언급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방침을 발표하면서 `북한과 북한 국적자 관련 일부 제재 유지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함께 내놓았다. 대북 적성국교역법 폐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게 될 교역 관련 대북 제재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2000년 6월 16일을 기준으로 그동안 차단됐던 북한 및 북한 국적자의 모든 재산과 재산상의 이해관계는 계속 차단되며 북한에 이체ㆍ지불ㆍ수출 등을 못하도록 했다.
또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 미국 법에 규정된 모든 단체는 북한에 선박을 등록하거나 북한 국기를 달고 운항하는 권한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북한 깃발을 단 배를 소유ㆍ대여ㆍ운행하거나 보험에 들지 못하도록 했다.
부시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한반도에 핵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이 존재하고, 확산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면서 "이에 따라 이 위협에 국가 차원에서 긴급히 대처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 위협을 다자외교를 통해 대처하면서 북한 관련 제재 조치가 계속될 필요성을 알게 됐다"며 행정명령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부시 대통령의 조치는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해제하지만, 대부분의 대북 적성국교역법에 근거한 제재 조치는 이미 2000년에 해제됐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상징적"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국무부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대북 제재가 완전히 해제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한편 미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국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북한이 얻는 경제적 실리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에 수출을 시도해도 미국 정부가 북한산 제품, 특히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을 수 있는 섬유와 의류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해제해도 북한이 얻는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울프스탈 연구원은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들에 미국의 이번 제재 해제 조치를 지렛대로 내세울 것"이라고 분석하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해제됐다고 대북 투자를 늘리거나 새로 나설 기업이나 단체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LA = 김경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