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흑인대통령 탄생

오바마 연설에 유럽이 열광하다(2008.7.26)

joon mania 2015. 7. 28. 15:56

오바마 연설에 유럽이 열광하다(2008.7.26)

"종교ㆍ인종 장벽 허물자"…베를린 승전탑 광장에 20만 운집



"저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 자리에 서지 않았습니다. 미국 시민 일원으로서 아니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섰습니다. 이제 세계는 국가, 인종, 종교간에 가로막힌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라크전쟁 종결을 위해 세계인이 협력해야 합니다." 


24일 저녁 7시(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70m 베를린 승전탑 앞에서 베를린 시민들을 감동시켰다. 


19세기 말 프로이센이 오스트리아ㆍ덴마크ㆍ프랑스 연합군과 싸워 이긴 것을 기념해 만든 거탑인 베를린 승전탑이 자리한 티어가르텐 공원에서 오바마는 세계를 향한 자신의 비전을 포효했다. 


그 순간 그는 미국 국내 정치인에서 벗어나 `차기 글로벌 리더`로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전 세계 시민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기독교인, 유대인, 모슬렘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이라크 주민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삶을 재건하도록 돕고 전쟁을 종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미국과 유럽은 다르지만 세계 시민으로서 책임감은 우리를 하나로 묶을 것"이라며 "테러와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인 도전에 맞서기 위해 세계는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결코 고립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이날 연설에는 최대 20만여 명 군중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베를린 시민들은 1963년 옛 소련의 베를린 봉쇄를 정면으로 돌파한 뒤 찾아온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에 비교하며 환호했다. 


오바마 연설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브란덴부르크 연설과도 비교됐다. 


레이건은 87년 6월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고르바초프 서기장, 이 장벽을 허물어버리시오"라고 말했다. 2년 반 후 실제로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오바마 측은 애초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연설하기를 희망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반대하는 등 논란을 빚은 끝에 승전탑으로 바꿨다.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은 선거 전략 측면에서도 대성공으로 평가된다. 


한 정당 대선 후보로서 외국에서 한 대중 연설을 통해 전 세계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ㆍ안보정책에서 신참으로 공격을 받는 오바마가 미국과 유럽 협력을 촉구하면서 세계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자신이 미국 국민이라면 오바마를 찍겠다는 응답이 조사 결과 74%에 달했다. 


한편 미국 11월 대선을 100일 앞두고 폭스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응답자의 51%는 오바마를, 단지 27%만이 공화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승리를 점쳤다. 


두 후보 간 맞대결에서는 오바마가 오차 범위인 41대40으로 앞섰으며, 소비자보호 운동가인 랠프 네이더와 자유당 후보 밥 바 전 하원의원을 포함해 4자 대결로 가정하면 오바마가 매케인에 40대37로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오바마가 부통령 후보로 힐러리 클린턴을, 매케인이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를 각각 지명할 경우 민주당 측이 48대39 우세를 나타냈다. 


특히 오바마는 히스패닉계로부터는 확고한 지지세를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론조사 회사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분의 2는 오바마를, 23%만이 매케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