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189

[필동정담]단위에 쓰는 순우리말(2020.12.29.)

[필동정담]단위에 쓰는 순우리말(2020.12.29.) 달걀 셀 때 쓰는 꾸러미는 몇 개일까.바늘의 한 쌈은?김을 세는 톳은 몇 장?답은 10개, 24개, 100장이다.세 단위어의 숫자를 정확히 안다면 상당한 어휘 실력으로 인정할 만 하다. 생선에 붙이는 단위어는 어종마다 다르다.굴비는 10마리를 1갓으로,20마리를 1두름으로 쓴다.같은 20마리여도 북어에는 1쾌,오징어에는 1축,낙지에는 1코이니 다양함이 놀랄 정도다.자반고등어는 큰 놈에 작은 놈 하나 더 끼워 줄 경우 2마리를 1손이라고 표현한다.곶감과 사과 등 과일에는 100개에 1접이라 붙인다.오이나 가지는 50개를 1거리라 한다.나물의 경우 한 줌에 들어올 분량을 1모숨이라고 하는데 10모숨을 묶어서는 1갓이라고 한다.미역 10장에는 1뭇이라는 ..

필동정담 2020.12.28

[필동정담]외래어들의 고향 (2020.12.15.)

[필동정담]외래어들의 고향 (2020.12.15.) 우리 생활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고 언어 체계에 이미 자리 잡은 의외의 외래어들이 많다.뿌리를 알고 나면 놀랍고 재미있다.뼈 골절 등에 싸매는 깁스는 독일어다.석고나 백회 모르타르를 의미한다.스트레스라는 말보다 한때 더 많이 쓰였던 노이로제도 신경증 뜻의 독일어다.노이로제 걸리겠다는 식으로 자주 인용됐다.도플갱어도 독일어에서 왔다.더블과 같은 의미의 어두에 사람을 가리키는 어미가 붙었는데 `자신과 똑 같은 이`라는 뜻이다.1990년대 유명 아이돌 그룹 명칭 젝스 키스도 독일어였다.6개의 수정이라는 뜻이란다.프랑스어는 과자나 화장품 등에 많이 차용돼 익숙한 단어들이 많다.특유의 발음 덕분에 대충 눈치 챌수 있다.날마다라는 뜻인 빵집 이름 뚜레주르나 행운의..

필동정담 2020.12.14

[필동정담]악마화의 시대 (2020.12.1.)

[필동정담]악마화의 시대 (2020.12.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표현 중 눈길을 확 끈 대목이 있었다.지난달 7일(현지시간) 선거인단 270명을 넘겨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후 첫 연설에서다."지금부터,이제부터 우리는 암울한 악마화의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집권 시기를 악마화의 시대(era of demonization)라고 규정했다. 악마를 뜻하는 영어에는 데블(devil)과 디먼(demon)이 있다.그리스어에서 파생한 디아볼로(diabolo)라는 단어도 쓴다.기독교나 이슬람교에서 종교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악한 영적 존재를 가리키는 명칭이다.기독교 성경에서는 적이라는 뜻인 히브리어 사탄이라는 말로 악마를 표현한다.사탄의 역할은 인간을 신에게서 멀리 떼어놓는 일이다.죄 ..

필동정담 2020.11.30

[필동정담] 타이거 클럽 (2020.11.17.)

[필동정담] 타이거 클럽 (2020.11.17.)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열흘여 개표 끝에 지난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 승리를 거머쥔 영 김 후보와 필자는 재미있는 인연을 갖고 있다.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하던 시절 그는 에드 로이스 당시 하원 외교위원장의 보좌관이었다. 타 매체 소속 특파원 둘과 영 김 당선자를 합친 4명이 동년배를 핑계 삼아 '타이거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최근까지 교류를 이어왔다. 4명의 멤버 중 올해 4.15 총선에 당선된 최형두 국회의원(창원시 마산합포구)이 있으니 타이거 클럽에서 한미 양국에 나란히 국회의원을 배출한 셈이다. 남편 성을 따른 영 김 당선자의 본명(오영옥)을 들은 것도 개인적 만남 덕분이다. 2년전 선거때 초반 개표엔..

필동정담 2020.11.17

[필동정담]생태계 교란 생물(2020.11.3.)

[필동정담]생태계 교란 생물(2020.11.3.)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 하나가 추가 선정됐다.각 국 생태계를 흔드는 `침입 외래종 제거`다.외래종이 토착생물을 밀어내고 왕성하게 퍼져 생태계를 교란하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유전자 변형으로 나온 종뿐만 아니라 외래생물도 고유 생태계를 흔든다고 본 것이다. 애완용으로 키우다 하천에 방생된 붉은귀거북은 야생에서 붕어나 미꾸라지를 무차별로 잡아먹고 영역을 늘렸다.급기야 토종 남생이의 서식지를 빼앗아버려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갑각류 중에는 미국가재가 있다.곤충과 수중식물을 싹쓸이 수준으로 먹어치운다.관상용으로 수출된 가물치가 미국 호수에 풀어진 뒤 그 쪽 생태계를 흔들고 있으니 피장파장이다.가을철 쉽게 보는 ..

필동정담 2020.11.01

[필동정담]온라인 지역화폐(2020.10.20.)

[필동정담]온라인 지역화폐(2020.10.20.) 울산시의 선도적인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서 현금 결재로만 쓸수 있는 지역화폐를 온라인에서도 사용토록 한다는 발표였다.오프라인 대면결제에서 온라인 비대면으로의 진화다.주문뿐 아니라 배달까지 가능하다니 이용자들의 편의를 확 끌어올린다.울산시의 디지털경제 플랫폼 구축 사업으로 지난주 중반 나온 뉴스였다. 더욱 눈에 띄이는 대목은 지역화폐 가맹점이나 이용자 누구도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온라인 주문과 배달에 가맹점이 배달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독과점 시비속에 과도하게 수수료를 올려 지탄을 받았던 기존 배달앱들에게 끌려다니는 자영업체 등 가맹점에는 가장 반가울 수 있다.가맹점이 배달수수료 부담에서 자유로워진건 ..

필동정담 2020.10.20

[필동정담]각광과 후광(2020.10.6.)

[필동정담]각광과 후광(2020.10.6.) 연극 등 공연 무대에 비추는 조명에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기법이 있다.두광,전광,측광,후광,각광 등이다.두광은 무대 주인공의 머리 위에서 비춰지는 빛이다.공간 전체에서 배우를 독립시키는 효과를 준다.전광은 정면에서 비춰진다.얼굴을 뚜렷하게 보여주기 위해 쓴다.측광은 무대의 좌우측에서 비추는 것이다.옆 조명 덕에 배우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든다.특히 중측광은 추상적인 입체감을 불어 넣는다.후광은 뒤에서 오는 빛을 말한다.실루엣만을 보여줄 수 있어 배우를 뒷배경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효과를 얻는다.각광은 무대 바닥 즉 배우의 다리쪽으로부터 얼굴을 향해 비춰지는 빛이다.커다란 그림자를 무대 뒤에 만들어내 극적인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다. 대부분 위아래나 앞뒤, 좌우 등..

필동정담 2020.10.06

[필동정담]신하의 유형 (2020.9.18.)

[필동정담]신하의 유형 (2020.9.18.) 조직 안에서 나는 어떤 부류에 해당할까.변화와 혁신을 외치고 있는가.소신을 갖고 직언을 하고 있나.눈치나 보며 무임승차하고 있는건 아닌가.아첨만 일삼으며 출세에만 골몰하고 있나.금융인 출신으로 한학 전문가인 박순열씨의 `이런 말에 이런 뜻이?'라는 재미있는 책에 관련된 내용이 잘 정리돼있다. BC 300년 무렵인 중국 전국시대 순자(荀子)는 임금을 받드는 신하를 4부류로 나눴다.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성신(聖臣)이다.임금을 존중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일처리에 빈틈 없는 신하다.환란이나 위기 때 임금과 백성을 지켜주는 공신(功臣)도 꼭 필요한 이다.반대 유형에는 찬신(簒臣)과 태신(態臣)을 그렸다.임금을 미혹시키고 부정한 일로 사익을 도모하는건 찬신이다.태신은 무..

필동정담 2020.09.17

[필동정담]왕별꽃 (2020.9.11.)

[필동정담]왕별꽃 (2020.9.11.) 야생화 찾아다니는 동호인들 사이에 요즘 작은 화제꺼리가 하나 있다.백두산과 중국쪽 인근 습초지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꽃이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일이다.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한 지천변에서다.주인공은 왕별꽃이라는 북방계 토종식물이다.큰산별꽃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보통 깨알만한 다른 별꽃에 비해 손톱 정도로 커 눈길을 쉽게 끈다. 왕별꽃은 중국 쪽을 통한 백두산 등반을 할 수 있을 때 찾아갔던 야생화 매니아들이 찍어 올리며 알려졌다.북한쪽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다.6~9월에 꽃이 피는데 지난해 여름 눈 밝은 이들이 일산호수공원 지천 한 귀퉁이에서 찾아내 입소문을 조금씩 키웠다.10m²정도에 걸쳐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니 낯선 땅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지천 부근..

필동정담 2020.09.12

[필동정담]성하(盛夏) (2020.8.25.)

[필동정담]성하(盛夏) (2020.8.25.) 심한 더위를 말할 때 폭염(暴炎)이라는 한자어를 많이 쓴다.순 우리말로는 한더위다.무더위라고도 쓰는데 이건 습도 높은 찌는 더위를 가리킨다.단지 온도만 높은 마른 더위엔 맞지 않는 표현이다.잘 쓰지 않지만 성하(盛夏)라는 단어도 있다.더위가 한창인 여름을 뜻한다.민충환 교수가 정리한 박완서 소설어사전에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창 밖의 계곡엔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물보라가 일고 있었고,약이 오를대로 오른 나뭇잎들은 진초록색으로 번들대고 있었다.성하였다."박선생의 초기 작품 `욕망의 응달`에 담긴 문장이다. 혹자는 책 읽으며 음악 듣는 것으로 더위를 이겨내라는데 한계가 있다.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이 들리고 박완서 `욕망의 응달`을 손에 쥐어도 에어컨으로 ..

필동정담 2020.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