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보금자리주택을 어이할꼬 (2010.12.3.)
"보존해야 할 그린벨트 헐어
정부가 아파트 분양하는 건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
서민 주거안정 내세울 거면
임대주택 위주로 바꿔야"
역대 정부마다 욕심을 부렸다.
`주택 200만호 공급`을 내걸었는가 하면 `반값 아파트`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세금으로 누르겠다고 했다가 욕만 먹고 되레 집값만 올려놓고 만 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도 빠지지 않았다. 보금자리주택이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 출신 대통령이니 `주택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일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4차 공급계획까지 내놓았다.
보금자리주택은 10년 동안 150만가구의 아파트를 지어 공급하는 거다. 분양주택 70만가구, 임대주택 80만가구다. 도심이나 도시 근교에 집중적으로 공급해 근본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보금자리주택에는 과거 정부의 주택 정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두 가지가 있다. 오히려 그게 핵심이다.
먼저 그린벨트를 풀어 집을 짓는 거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 놓았던 땅을 풀어 집 짓는 건 특단의 조치다. 개발 연대를 거치면서 온 나라가 파헤쳐질 때도 엄격하게 유지돼온 그린벨트는 그나마 국민에게 녹색과 자연을 접하게 해줬던 선물이었다. 그걸 분양주택 공급에 써먹기 위해 허물어버린 거다. 어찌 보면 행정의 힘을 빌린 실용주의와 편의주의의 극치다.
2008년 9월 처음 대책을 내놓았을 때 그린벨트 내에서는 2012년까지 12만호만 짓겠다고 했다. 그러다 2009년 8월에는 32만호로 늘리겠다고 바꿨다. 이 대통령 재임 5년 내에 3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사전청약이라는 제도다.
1~2년 후 할 청약을 당겨 집에 대한 수요를 미리 해소하려는 거다. 수요를 소진시켜 나중에 나타날지 모를 과열을 식히자는 취지였을 게다. 미리 청약하도록 하면서 주변시세보다 싼 값에 분양하니 집값 안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건 한쪽만 본 거다.
싼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는데 시장이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민간에서 공급할 아파트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 수요자들이 아파트 값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거래를 멈췄다. 가뜩이나 꺼져 들어가던 분양시장과 유통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었다. 국토부는 이런 정황을 받아들인 듯 4차부터는 사전청약 제도를 쓰지 않을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물론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공과를 따지자면 공이 과보다 더 많다는 걸 인정한다. 그래도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정부가 3.3㎥당 분양가 1000만원 넘는 비싼 아파트(서울 강남지역에 해당되지만)를 지어 공급하려고 그린벨트를 푼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시세보다 싸게 공급하니 청약자들은 득달같이 몰려들었다. 1차 때 강남 세곡의 경우 시세의 60% 선에서 분양가가 정해졌다. 전체 경쟁률이 12대1에 육박했다. 그걸 분양받으려면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4억원 넘는 돈을 넣어야 한다. 당초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대상으로 내세운 `저소득층 서민`에겐 만만치 않게 많은 돈이다. 내 집 마련하려 아꼈던 돈에다 은행에서 빌려 청약한다면 할 말 없지만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애초 보금자리주택 정책 발표 때 정부는 공급물량 중 절반가량만 임대주택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그린벨트를 계속 허물려면 보금자리주택은 전량 임대주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게 그나마 공공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본다. 임대주택 비중을 확 높이지 않는 한 `그린벨트 풀어 지은 아파트를 분양해 소수 당첨자에게 이득만 주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거다.
보금자리주택 본래 취지인 공공성을 살리자는 충정에서 하는 얘기다.
그러나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청와대나 국토부 관계자들이 기자의 이런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 같아서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이 대통령 임기 내내 절대로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떠받들기만 할 테니까.
[윤경호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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