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컬럼

[데스크 컬럼] `감히` 해보는 집값 예측 (2011.6.15.)

joon mania 2015. 8. 8. 22:35

[데스크 컬럼] `감히` 해보는 집값 예측 (2011.6.15.)




집값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참 부담스럽다. 그래서 주관적 판단을 내밀기 뭐할 때 객관적 비교치를 동원한다. 비겁해보여도 덜 위험하다. 


부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우리와 일본은 20여 년 시차를 두고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주택시장의 움직임도 여러 가지로 유사하다. 잘 보면 교훈을 유추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주택 수요는 두 가지가 뒷받침돼야 계속 늘어난다. 인구 증가가 먼저다. 여기에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이 더해져야 한다. 두 요인에 변화가 있으면 반대로 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1994년 고령층(65세 초과)이 총인구의 14%를 웃도는 이른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06년엔 고령층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가버렸다. 2005년을 정점으로 아예 인구 자체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가구수 감소라는 심각한 단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 구성도 바뀌었다. 이미 1990년대부터 1~2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감소했다. 15~65세의 생산연령 인구는 벌써 1995년부터 줄었다. 


지난 20여 년간 일본에서는 `저출산ㆍ고령화ㆍ인구 감소ㆍ1~2인 가구 증가`가 꾸준히 진행돼온 것이다. 그 전에 주택가격은 이미 올랐다. 경제 성장에 힘입어 왕성한 수요가 이어졌다. 부동산값 폭등에 온 나라가 달아올랐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특히 심했다. 


그러다가 무릎을 꿇었다. 1991년부터다. 가구와 인구 구성 변화에 허물어졌다. 연 1%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이 맞물리자 더 힘을 잃었다. 주택 버블이 무너졌다. 토지 가격에 덧씌워져 있던 신화도 사라졌다. 


부동산은 위험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주택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환됐다. 


눈을 우리에게로 돌려보자. 일본 잣대를 빌려 보자. 


한국에서 고령사회 진입은 2018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인구 자체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6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에 이어, 2030년에는 가구수 감소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가구 구성 변화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인 가구는 2010년 말 현재 전체 중 43.3%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일본에 비해 비교하기 힘들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더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90년대 말 외환 위기로 주춤했던 시절을 빼면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연 5% 전후)을 웃도는 성장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에 힘입어 부동산 값은 지칠 줄 모르게 올랐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두드러졌다. 버블이 쌓였다.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포장도 씌워졌다. 


여기까지는 일본과 액면 비교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 진행되지 않은 몇 가지에서는 다르다. 우리에게는 다행히 본격적인 버블 붕괴가 오지 않았다. 저성장 시대로 곤두박질치지도 않았다. 


예상대로라면 우리는 2018년 고령사회 진입에, 2020년부터 인구 감소를 맞는다. 몇 년 안 남았다. 직시해야 할 점은 고령사회 진입과 인구감소에 맞물려 주택 수요가 줄어든 일본의 전례다. 인구와 가구 변화를 인위적으로 막기는 힘들다. 대신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고 경제의 저성장행 물꼬를 틀어 돌리면 인구 구성 변화에 허물어질 주택 수요를 유지시킬 수 있다. 


과거처럼 잠재성장률 정도의 성장을 이뤄내고 그걸 바탕으로 고용을 늘려가면 된다. 저출산ㆍ고령화와 맞물려 나타날 인구 및 가구수 감소를 이걸로 극복해야 한다. 


성장을 견인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건 당연히 버거운 일이다. 더 어려운 과제일 거다. 


그러나 현 추세에서 집값 버블 붕괴를 막고 신규 주택 수요를 만드는 다른 방법은 없다. 성장과 고용 유지에 실패하면 주택시장도 기댈 언덕이 없다. 


집값을 예측하겠다며 시작해놓고 성장과 고용으로 논리를 귀결시키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현 상태로는 다른 활로를 전혀 찾지 못하겠으니까. 


[윤경호 부동산부장 yoon218@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