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에 비쳐본 한국경제

`엔저 쓰나미`는 우리 기업들에게 쇼크인가 엄살인가 (2013.4.30.)

joon mania 2015. 8. 8. 23:26
`엔저 쓰나미`는 우리 기업들에게 쇼크인가 엄살인가 (2013.4.30.)
[윤경호 기자의 국제뉴스에 비쳐보는 한국경제]
 
 

지난주에는 현대자동차와 포스코의 실적 추락이 최대 뉴스였다.기업의 분기 실적이야 좋아질수도, 나빠질수도 있지만 이렇게 심하게 부각된건 다른 이유와 겹쳐서였다. 이른바 `엔저(엔화 약세)`의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엔저는 엔·달러 환율 움직임에서 확연히 읽을수 있다.지난 2012년 9월27일 아베 신조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될때 달러당 77.7엔에서 2013년 4월22일 G20 재무장관굛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사실상 엔 약세를 용인할때 99.71엔까지 올랐다.달러당 100엔 돌파를 눈앞에 뒀다가 요즘 며칠새 98엔대에 머물며 잠시 숨고르기 국면이다. 

현대차의 매출액은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6% 늘어난 21조3571억원이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8685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0.7% 줄었다. 판매량으로도 117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늘었다. 제품을 더 팔았는데 이익은 확 줄어들었으니 한숨 나올 일이다. 

포스코의 1분기 매출액은 14조5820억원으로 10.6%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 감소한 7170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한국의 주요 수출업종인 자동차, 철강, 조선산업에 `엔저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고 표현한다.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렇게 엔화 약세와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까지 떨어지며 이런 현상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으로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0엔과 110엔까지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은 각각 3.4%, 11.4%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 주요 품목이 일본과 상당히 중복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금새 알수 있다. 올 1분기 미국에서 현대차의 판매 증가율은 제자리였고, 기아차는 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도요타는 9%, 혼다는 5%씩 판매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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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로 국내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이 일본 업체들에 비해 약해져 수출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선적부두가 평소와는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철강제품의 수출 고전은 더 심하다. 1분기 철강제품 수출액은 81억461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6%,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3.4% 줄었다. 인도ㆍ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대만 등 일본 철강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는 시장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수출이 감소했다. 

엔저 쓰나미 파장은 중소 수출기업에 더 심각하다. 인천 남동공단의 조립식 태양광 지붕패널업체는 280억원 어치의 일본 수출건을 이달 들어 포기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팔면 팔수록 손해이기 때문이다. 100엔당 1300원 정도로 잡은 단가를 1100원대초반에 맞춰야 하니 도저히 생산성을 맞추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매일경제신문 4월26일자 1면 기사) 

반면 일본 수출기업에게는 엔저 효과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전자업체 소니가 대표적이다.고전하던 소니는 2012회계연도(2012년4월~2013년3월) 기준 순이익 400억엔을 달성해 5년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은 6조8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해 기존 전망치(6조6000억엔)보다 2000억엔 늘었다. 영업이익도 예상치(1300억엔)보다 1000억엔 많은 2300억엔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소니가 기존 전망치를 발표할 당시 상정했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88엔, 엔·유로 환율은 유로당 115엔이었다. 이후 아베 신조 총리 집권뒤 적극적인 금융완화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올 1~3월)에 실제 적용된 환율은 달러당 92.4엔과 유로당 121.9엔으로 5~6% 정도 높아졌다. 엔화 가치는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장부에 기입하는 엔화 환산 수치가 커진 것이다. 조만간 실적을 발표할 도요타자동차의 순이익도 5년 만의 최대치인 8000억엔에 달할 전망이다. 

걱정해야 할 대목은 엔저로 인한 당장의 수출 타격과 영업이익 감소보다는 주요 수출산업의 침체가 본격화 될 가능성이다. 엔저로 여력을 되찾은 일본 기업들은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보다 질 좋은 제품을 내놓는 쏠림 상황이 가속될 것에 대한 우려다. 

일각에서는 엔저로 인한 수출 타격을 얘기하지만 엄살 측면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6년 엔·달러 환율이 평균 116.3엔으로 전년보다 엔화가치가 5.2% 떨어졌을때 우리의 수출은 한해 동안 14.4% 되레 늘었던 전례를 내세운다. 

지난 몇년간 지나친 `엔고`가 정상화되고 있는 과정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엔·달러 평균 환율을 보면 2010년 81.48엔, 2011년 77.53엔, 2012년 86.15엔 이었다. 우리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슈퍼엔고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최근 6개월여만의 가파른 변화만 아니라면 엔고의 호시절이 비정상이었지 우리 기업들은 오랜 기간에 엔저 환경속에서 적응하며 살아왔다고도 볼수 있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