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태릉(2017.9.22.)
왕릉은 519년간 지속된 한 왕조의 흔적을 읽는 훌륭한 유적지다. 풍수지리에 따라 자리를 잡아 자연 친화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나다. 조선왕조의 무덤은 총 119기인데 왕과 왕비를 모신 곳은 42기다. 그중 40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고려 도읍지인 개성에 있는 2기는 빠졌다. 왕릉은 도읍지의 4대문 10리 밖 80리 안에 자리 잡도록 도감에 정해져 있다. 임금이 참배하러 궁에서 왕릉까지 하루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를 기준으로 삼았다.
왕가의 무덤은 3개 등급으로 나뉜다. 능(陵)은 재임한 왕과 왕비, 사후 추존된 왕과 왕비를 모신 곳이다. 원(園)은 왕을 낳은 후궁 등 사친, 왕세자와 왕세자빈을 모신 곳이다. 묘(墓)는 대군, 군, 공주, 옹주 등 왕족과 폐왕의 무덤이다. 왕과 왕비라고 해도 종묘에 신주를 모시지 않은 경우 왕릉에 들어갈 수 없었다. 폐위됐던 연산군과 광해군은 종묘에 신주가 없고 왕릉이 아닌 묘에 잠들어 있다.
조선 왕릉을 대표하는 곳으로는 동쪽인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동구릉을 꼽는다. 태조 이성계가 묻힌 건원릉을 중심으로 17위의 왕과 왕비를 모셔 가장 규모가 크다. 서쪽에는 서오릉과 서삼릉이 있다. 남양주시에 있는 홍릉과 유릉은 나라를 빼앗긴 왕조의 마지막 왕 순종과 그의 어머니 명성황후가 묻혀 망국의 한을 담고 있는 곳이다.
1966년 설립돼 51년간 태릉에 있던 국가대표선수촌이 충북 진천으로 옮겨갔으니 이제 왕릉 주변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추석 연휴 열흘간 조선왕릉 모두 하루도 쉬지 않고 무료로 개방된다. 조선왕릉 사이트에 들어가 찾아본 뒤 집 부근 가까운 한 곳이라도 가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