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개발이익환수에 관하여(2018.3.29.)

joon mania 2018. 3. 29. 08:57

[매경포럼]개발이익환수에 관하여(2018.3.29.)



개헌안 토지공개념 명문화 여부 떠나
올6월 만료 개발부담금 감면 연장해줘
상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외면 막아야
지방부동산 공멸 최악의 사태 피한다



의외였다.대통령 발의 개헌안 얘기다.세인의 눈길은 당연히 권력구조 개편에 쏠릴 줄 알았다.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을 위해서다.놀랍게도 관심은 다른데 더 많았다.토지공개념 명문화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개인의 돈주머니 관련 분야에 말없는 다수의 시선이 꽂힌 듯 했다.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문화한 뒤 토지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게 아니다.이미 현행 헌법 곳곳에 녹아있다.제23조2항 공공복리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 제122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개발을 위한 국가의 제한과 의무 부과 조항 등이다.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관련 3법 입법화로 구체화됐다.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이다.1990년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하지만 토지초과이득세법과 택지소유상한제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종합부동산세도 가구별 합산과세를 취했다가 위헌 결정후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었다.각종 법률과 정책에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으니 헌법에 아예 토지공개념 조항을 명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관련 3법 가운데 위헌 논란에서 자유로운건 개발이익환수법 하나다.그런데도 정부는 2014년부터 개발부담금을 감면하기시작했다.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이었다.처음엔 한시적으로 1년만 잡았다.2015년 8월엔 한달 전 만료된 규정을 소급 적용하며 2018년 6월 30일까지 3년 더 연장했다.물론 서울과 수도권 개발사업엔 절반만 경감하고 그 외 지역엔 전액 면제이니 완전한 감면은 아니지만 꺼져있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고육책이었다.
개발이익 환수는 개발사업 시행이나 토지 용도 변경으로 발생한 자본이득 가운데 정상적인 땅값 상승분을 초과해 생긴 몫을 대상으로 한다.조세인 토지초과이득세나 비조세인 개발부담금을 부과한다.개발이익환수법 제13조에 의하면 개발이익의 25%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부담금으로 환수토록 하고있다.걷어간 개발부담금 중 절반은 해당 지자체에 주고, 나머지는 법률로 정하는 지역발전특별회계에 귀속된다.최근 몇년 걷힌 돈을 보면 2014년 2347억원, 2015년 2803억원, 2016년 2278억원, 2017년 3320억원 등이니 어찌보면 많고 달리보면 생각보다 적은 수준이다.
개발이익 환수의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관련법 제1조에 명기돼있듯이 토지 투기를 방지하고 효율적 이용을 촉진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인데 누가 반대하겠나.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개발이익 환수는 커녕 개발사업 자체가 설 땅을 잃을 지경이니 엇박자를 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남 집값 잡겠다고 결기를 보이지만 지난해 8.2 대책후 성과를 거두기는 커녕 되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만 더 부추기고 있다.올들어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의 미분양은 심각하다.기존 물량의 매매와 전세 조차 하락하는 악순환에 이미 빠져있다.아파트에서의 미분양은 상가와 산업단지를 포함한 개발사업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위축에 허덕인다.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느냐 마느냐를 떠나 한쪽에서는 지방의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부터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획기적인 규제완화에 목을 매고 있다.이런 요구에 부응할 손에 잡히는 조치로 당장 올 6월말 만료되는 개발부담금 감면 시한 재연장을 제안한다.절반을 감면하는 수도권 사업은 제외하더라도 수도권 이외 지방에 대한 면제는 계속 유지하면 어떤가.개발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옛 얘기다.아파트-상가-산업단지 등 침체의 악순환 사슬이 이어지면 수도권 이외의 지방에서는 택지개발은 물론 상가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개발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는 극단적인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명분과 이상만 좇는 법률과 헌법은 소용없다.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나 법은 아무리 지고지순해봐야 교과서에서나 존중받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