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상회담 한 번 없는 황 총리 APEC 일정 한국외교 민낯이다 (2016.11.18.)
내일부터 이틀간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2016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한다는 공식 발표는 우리의 참담한 처지를 확인케 해 가슴이 무겁다. 1993년 APEC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래 대통령 아닌 총리가 참석하는 건 처음이다.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엄중한 안보상황을 감안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기로 지난 9월 이미 정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결국 정상외교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지역 국가와 태평양에 인접한 국가들을 아우르는 다자 협의체로 올해 24회째를 맞는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한 주요국이 모이는 자리이니 정상외교에서 비중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무대다. 정부의 설명과 반대로 오히려 북핵 해결을 위한 주요 당사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다른 일을 제쳐두고라도 대통령이 APEC 회의에 가서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의 고삐를 더 조일 기회로 활용했어야 한다. 황 총리는 정상회의 참석 외에 개최국인 페루 제1부통령과의 회담만 할 뿐 다른 정상과 만남 한번 못 하고 들어온다는데 그럴 바엔 어차피 가야 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맡기는 게 나았다는 판단도 든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총리가 대통령 대신 가는 다자정상회의에서는 큰 나라 대통령들이 아예 상대도 해주지 않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한다. APEC이나 G20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등에는 대통령이 직접 가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APEC 정상회의에 가는 길에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오늘 회담을 할 정도로 정상외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불참에 대해 AP통신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파문으로 궁지에 몰려 내린 결정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문판에서 위기에 처한 박 대통령이 APEC을 건너뛰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외교가 처한 부끄러운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꼴이니 고개를 들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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