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반도 비핵화에 물음표 던지는 미·러 핵개발 경쟁(2016.12.26.)

joon mania 2018. 12. 12. 17:04

[사설] 한반도 비핵화에 물음표 던지는 미·러 핵개발 경쟁(2016.12.2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주 경쟁적으로 밝힌 핵무장 강화 방침이 온 세계를 긴장시킨다. 푸틴이 한 연설에서 '전략 핵무기부대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자 트럼프가 트위터에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는 시점까지 미국은 핵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아 빚어진 일이다. 푸틴은 이미 지난 10월 폴란드 접경 칼리닌그라드에 핵미사일을 배치하고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하는 등 핵전력 확대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는 푸틴의 호전성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것이고 이번 입장도 군장성들과의 회동 후 내놓은 것이니 돌발적인 엄포로만 볼 수 없다.
트럼프와 푸틴의 핵경쟁이 시작되면 1980년대 이후 이어진 미·러 간 핵감축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데다 2009년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핵없는 세상' 정책도 동력을 잃는 것이니 심각해진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7100기, 7300기로 전 세계 보유량의 90%를 갖는 핵강대국인데 이들의 핵증강은 아직 뒤처진 중국을 자극할 것이고 세계적인 핵경쟁 도미노 현상을 낳을 수 있다. 미·러는 2010년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서 2018년까지 미사일 탑재 핵탄두를 2200개에서 1550개로 줄이고 지상과 해상 배치 미사일도 1600개에서 800개로 감축하기로 했는데 무위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러 핵증강은 북핵 문제를 꼬이게 만들 게 뻔하다. 북한 핵개발을 오히려 자극할 뿐 아니라 북핵을 저지할 명분도 줄어든다. 중국도 핵전략 확대 명분으로 삼는 한편 북핵 압박도 접을 개연성이 커진다. 북핵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는 일본의 핵무장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는 일부 정치인과 보수 진영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개발 필요성을 제기하는데 북한이 핵확산으로 나오게 되면 한국도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1991년 이후 견지돼온 한반도 비핵화에까지 물음표를 던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미·러의 핵경쟁 천명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새로운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