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장을 향한 화염병 투척과 사법부의 권위 추락(2018.11.28.)
70대 남성이 27일 출근하던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한 사건은 최근 권위를 잃고 추락하는 사법부의 위상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해 씁쓸하다. 범인은 자신의 민사사건 1·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한 뒤 지난 9월부터 대법원 청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해왔는데 10월에는 퇴근하는 김 대법원장의 차에 뛰어들기도 했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 16일 대법원이 상고 이유가 적법하지 않다며 패소를 확정하자 이렇게 김 대법원장에 대한 습격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가방에는 액체 인화물질로 채워진 페트병 4개가 더 있었다니 테러나 다름없는 계획된 범행이다. 2007년 재임용 탈락 사건 항소심에서 패소한 대학교수가 담당 재판장을 향해 석궁을 쏜 적이 있지만 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벌어진 공개적인 테러는 처음이라 충격적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각종 재판 거래 의혹을 낳으면서 사법부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워버렸다. 소송 당사자들이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고 법원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질 정도다. 대법관 출신의 전직 법원행정처장들이 줄줄이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되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이 동료 판사 탄핵을 입법부에 요청하는 지경까지 갔다. 김 대법원장을 향한 화염병 투척 범행 동기는 민사사건 재판 결과에 대한 개인의 불만이지만 크게 보면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며 사회 전반에 쌓인 사법부 불신이 기저에 깔린 것이니 심각한 문제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이나 국회와 달리 사법부는 국민의 손에 의해 선출되지 않았지만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런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얻어야 하며 그에 합당한 권위도 부여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사법부는 신뢰도 권위도 다 잃은 상태이니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사법행정권 행사에 문제가 있었으면 이를 시정할 법원 조직 개혁안을 마련하면 된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는 자체 조사 후 읍참마속하면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단을 내려 해야 할 일이다. 정치와 여론에 계속 휘둘리는 한 사법부 독립은 요원해진다. 사법부 독립 없이는 삼권분립도 이뤄질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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