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진화하는 장례문화(2019.11.6.)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가족장으로 치른 뒤 주변에서 번지는 의미있는 변화를 접한다.지난 주말과 휴일에 지인들이 부모상 부고를 알리며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조문을 오지 말라고는 않했지만 조화나 조의금을 사양하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두 분 다 공직자가 아니니 눈치 보며 문대통령을 따라한건 아닐게다.만나 물었더니 조용히 상을 치르겠다는 평소 생각을 실천한 것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우리의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다.매장은 확연하게 줄었고 화장후 납골당에 모시거나 수목장을 택하는 이들이 80%를 넘어선다.시골에서의 장례도 상여를 맨 행렬을 보기는 어렵다.상여꾼을 못구하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라고도 한다.
부모를 여의는걸 천붕(天崩)의 슬픔이라지만 그 보다 더 힘든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이다.참척(慘慽)의 아픔이라고 표현한다.병이나 사고로 예기치 않게 당한 경우 아니면 요즘엔 문상을 가서도 애써 근엄한 얼굴을 유지하려 노력하지 않는다.호상인 경우엔 상주나 문상객 모두 웃음을 보여도 무방하다.부조로 건네진 조의금을 모아 고인을 기리는 장학금으로 쓰거나 어려운 이들을 돕는 기부금으로 내놓는 경우도 봤다.부모 장례에 넘치는 문상객과 조화로 마치 자식의 위세를 과시하는 듯 착각했던 천박한 행태도 줄어들고 있다.
현재의 상복은 1934년 조선총독부 의례준칙에서 시작됐다.그 전까지 조상들은 반상을 가리지 않고 흰 옷을 입고 망자를 보냈다.서양 문화 영향이겠지만 일제는 상복을 검정옷으로 대체케했고 가슴 상장과 팔 완장을 차게했다.수의(壽衣)도 화려한 비단이나 명주였는데 삼베로 바꾸도록했다.앞으로는 상복도 요란하지만 않으면 평상복을 입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장례식장에서 사나흘씩 문상객을 맞는 것도 발인식이나 장지에서 행하는 봉인식이나 하관식에 한번 모이는 형태로 바뀔지 모르겠다.일본에서는 제 정신일 때 본인이 지인들을 불러 치르는 생전 장례식도 등장했다.장례 행사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을 위로하는 두 목적만 충실하면 된다.그렇게 맞춰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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