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연정(聯政)으로 가라(2019.1.2.)

joon mania 2020. 1. 1. 17:48

[매경포럼]연정(聯政)으로 가라(2019.1.2.)


총선에 여당이 과반 미달하면
장관 나눠주고 소연정 나서라
야당이 제1당 될땐 대연정 하라
타협 안하면 모두가 공멸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남은 집권 기간에 연립정부를 구성하길 바란다.야당과 손잡고 정부와 국회를 운영하는 연정(聯政)을 하라는거다.물론 오는 4월 총선에서 집권당이 과반수 확보에 미달했을 경우다.단독 과반에 성공하면 귀에 담지 않을테니 소용없는 얘기다.


제1야당을 상대로 택하면 대(大)연정이다.제1야당이 집권당을 제치고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면 여당에서 오히려 매달려야 할게다.임기를 2년 남긴 대통령을 도중하차 시킬수는 없을테니 대연정으로 공생을 모색하는 것이다.제2야당을 비롯한 군소정당을 택하는건 소(小)연정이다.과반 확보에 1개 정당만으로 부족하면 2개 혹은 3개까지 늘어나야한다.지난해말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처리에 이른바 4+1로 5개 정파가 손잡았던 모습과 비슷하다.특정 사안이나 법안 처리를 위해 필요할 때마다 손을 잡을수도 있지만 임기 종료까지 계속 한배를 타는게 좋다.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해야 할것이다.총리는 이미 새로 지명해버렸으니 장관 몇자리를 배분하는 방식이 우선 떠오른다.


연정은 내각제 정치체제에서는 필수불가결 요소다.연정을 얘기하면 독일이 맨 먼저 떠오른다.그들은 2차대전 패배후 단독 다수당이 나오지 못하게 제도를 정비했다.히틀러 나치의 재현을 막기위해서다.철저하게 분산시킨 뒤 필요하면 손을 잡게했다.연정에 익숙한 유럽 국가에서는 보수나 진보 같은 성향끼리만 손잡는 단계를 넘어선다.극우와 극좌간에도 뭉친다.적과의 동침을 불사한다.


우리 헌정사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던 연정을 꺼낸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이 있었지만 선거 전에 손을 잡은 공동정권이었다.노무현은 임기 중반에 야당과 손을 잡자는 연정이었다.노 대통령은 2003년 4월2일 취임후 국회 첫 시정연설에 "17대 총선부터는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2/3 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달라"며"이것이 현실화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했다.이땐 초점이 선거법 개정에 있었다.2005년 6월엔 "총리 결정권과 내각 구성권 등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이양하겠다"고 야당에 제안했다.구체적인 대연정으로 진화한 것이다.한나라당은 "참 나쁜 대통령" 운운하며 거부했다.추락하는 지지율에 재보궐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리자 위기를 벗어나려한다고 공격했다.정부여당의 국정동력이 약화됐는데 연정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내쳤다.
'옆사람과 건배하면 소연정, 맞은편 사람과 건배하면 대연정' 노무현식 연정론의 압축 표현이었다.출발은 선거제도 개혁이었다.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타파해보자는 목표였다.아울러 여소야대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었다.하지만 준비된 야당이 당시엔 없었다.여당내에서의 비판에도 시달렸다.비현실적인 이상주의와 정치적 술수로 치부되고 말았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우리 현실에 연정을 제안하는건 엉뚱해보일것이다.하지만 공멸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다.20대 국회 법안처리율은 30%에 불과했다.18대 44%, 19대 41%에 비해 뚝 떨어졌다.국회선진화법이 있어도 동물국회가 연출됐고 필리버스터가 활용돼 법안 처리는 뒤로 밀렸다.식물국회 오명을 얻었다.


연정을 하라는 제안은 단순히 국회에서의 효율적인 법안 처리 때문만이 아니다.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것이다.문 대통령부터 달라지라는 촉구다.언제까지 내 편,내 진영만 보고 국가 운영을 하려는가.대통령이 달라져야 참모들도 따라간다.말로만 갈등과 분열을 탓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대화와 타협을 실천해보라.원칙만 확실하면 실용주의의 터전은 얼마든지 넓어질수 있다.실사구시를 뛰어넘을 이념은 없다.경자년 내내 적용해야 할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