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년 만에 소득 3만달러 고지, 이대로 가면 지키기도 힘들다(2019.1.23.)
한국은행이 실질 경제성장률과 환율을 감안하면 2018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000달러를 웃돈 것으로 계산된다고 22일 밝혔다. 아직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지 않았고, 현재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 작업을 하고 있어 변동될 수 있다지만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 지 12년 만에 3만달러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1994년 1만달러에서 2006년 2만달러로 갈 때도 12년이 걸렸는데 앞으로 4만달러 돌파에는 얼마나 소요될지 주목된다. 함께 나온 지표를 보면 소득 3만달러 달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한국 경제가 가야 할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로 2012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과 정부 및 민간 소비가 성장을 이끌었지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심각하게 후퇴했다. 수출 선봉이었던 반도체산업만 성장을 구가했을 뿐 제조업 전반의 성장세는 둔화했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지출을 늘림으로써 억지로 버텼지만 한계가 뻔한 만큼 성장 수준에 대한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 대외 여건은 더 악화되고 국내 경기 둔화를 가속할 현상이 새해 벽두부터 쏟아지고 있다. 수출이 이달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4.6% 줄었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는 28.8% 감소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22.5% 급감해 악화를 이끌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성장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으니 피할 수 없는 결과다. 여기에 미국의 성장세 둔화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논란 등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만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정은 더 커질 듯하다. 우리보다 앞서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넘어선 나라 중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후퇴를 경험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3만달러에서 4만달러 진입에 성공한 국가들은 수출과 내수에서 동반성장을 이뤄내 동력을 유지했다. 양적 투입 중심에서 벗어나 질적 도약도 이뤄냈다.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경제 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산업구조에서 고비용 저효율을 깨고 혁신을 방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깨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도 시급하다. 이런 과제를 풀지 못한 채 이대로 간다면 3만달러 고지 수성마저 버거워질 것이다. |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사상 첫 前 사법수장 구속 수감을 보며(2019.1.25.) (0) | 2020.02.21 |
---|---|
[사설] 글로벌 경제 곳곳이 지뢰밭이라는 빅샷들의 다보스포럼 진단(2019.1.24.) (0) | 2020.02.21 |
[사설]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 남·북·미 스웨덴 협의를 주목한다(2019.2.21.) (0) | 2020.02.21 |
[사설] "경제 어려울 땐 이념보다 현실 중시하라" (2019.1.17.) (0) | 2020.02.21 |
[사설] 기업인과 소통한 文대통령, 이젠 그들의 고충도 풀어줘야(2019.1.16.) (0) | 2020.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