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경제에 치명적 위협이 될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2019.2.2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는 한국 경제에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는데 최근 치열해지고 있는 제조업 경쟁 환경을 감안할 때 중차대한 문제 제기다. 이 총재는 19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 평소의 학계 전문가들 대신 디스플레이, 자동차,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분야 관계자들을 불러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제조업에서 스마트 팩토리, 정보기술 융합, 글로벌 가치사슬(GVC), 리쇼어링 등 새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업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있는 점을 힘줘 강조했다. 이 총재의 지적처럼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 과정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아시아 주요국의 내수 비중이 커지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제 분업 유인이 약화됐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노동비용 격차가 줄어들면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유인도 축소됐다. 특히 미국, 독일 등이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큰 변화다. 한은의 내부 보고서를 보면 제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와 위치가 높을수록 전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우리의 주력 제조업은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수출을 늘려왔는데, 이제 그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리라는 진단이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끈 주축이었다. 1980년부터 2017년까지 제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30.4%에 달했다. 금융, 도·소매,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이나 전력, 건설 등 사회 인프라스트럭처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제조업의 연평균 생산 증가율은 2000~2010년 9.5%에서 2011~2017년 2.4%로 급전직하했다. 수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10.5%에서 2.8%로 추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재고율은 116%로 외환위기 때 122.9% 이후 최고치다. 올 1월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 대비 17만명 줄어 전 산업을 통틀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일 만큼 위기다.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가 한국 경제에 생존의 문제라는 이 총재의 발언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산업 생태계와 노동시장 개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일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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