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상도 하기 전에 방위비 증액 기정사실화한 트럼프(2019.8.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방위비 분담금 관련 글은 기선을 잡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읽힌다. 그는 우리를 "매우 부유한 나라"라고 칭하며 "한국이 훨씬 더 많이 내기로 합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도 했다. 우리 외교부는 협상이 아직 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9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통해서나 막후 접촉에서 이미 청구서를 들이밀었는지 모르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트럼프의 트위터 글은 형식과 내용에서 양국 우호를 저해하고 동맹 관계를 흔들 수 있는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그는 한국에 3만2000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약 82년 동안 한국을 도왔다고 했다. 현재 주한미군은 순환배치 병력을 포함해도 2만8500명 수준이며 82년 전은 식민 지배 시점이니 무슨 근거의 표현인지 모호하다. 형식에서도 양국 간 공식 협상을 위한 대좌를 하지도 않은 시점인데 많은 증액 합의 운운했으니 동맹 관계 상대에 대한 결례이자 무시에 가까운 언사다. 이런 행태가 자칫 반미 감정을 자극할까 걱정스럽다. 한미는 지난 3월 올해 한국에서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비를 작년 9602억원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하는 제10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문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은 앞으로 1년 단위의 협상을 원했고 지속적인 증액을 요구하려는 태세다. 볼턴 보좌관 방한 때 올해보다 5.7배인 50억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주한미군 주둔비 전액(2조원가량)을 부담하라는 요구도 있다고 들린다.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의 안보만을 위한 것인 듯 주장해선 안 된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이나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 다른 사안과도 따로 떼서 논의하는 게 맞는다. 방위비 분담금은 양측 간 합의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한미동맹 정신을 존중하면서 안보비용의 공동 분담 원칙에 근거해 균형점을 마련해야 한다. |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미사일 쏘며 한국 조롱한 北, "한미훈련 터무니없다"는 트럼프(2019.8.12.) (0) | 2020.02.24 |
---|---|
[사설] 새 내각이 해야 할 일, 첫째도 둘째도 경제 살리기다(2019.8.10.) (0) | 2020.02.24 |
[사설] 혁신 클러스터 속도 내게 수도권 규제부터 풀라(2019.8.8.) (0) | 2020.02.24 |
[사설] 靑 새 민정수석 민심부터 제대로 읽어라(2019.7.27.) (0) | 2020.02.24 |
[사설] 허 찔린 안보, 복합위기 맞고 있다(2019.7.25.) (0) | 2020.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