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원코리아' 비전 제시 하루만에 도발과 조롱으로 답한 北(2019.8.17.)

joon mania 2020. 2. 24. 14:24

[사설] '원코리아' 비전 제시 하루만에 도발과 조롱으로 답한 北(2019.8.17.)


      

북한이 16일 또 미사일을 발사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뛰어넘어버린 형국이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이날 2045년 '원 코리아'를 내세운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망발'이라며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북한은 특히 문 대통령을 향해 '아랫사람이 써준 것을 그대로 내리읽는 웃기는 사람'이라거나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이라고 모욕했다. 이에 우리 측은 통일부 부대변인 명의로 "남북 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놓았으니 북측 말폭탄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북한은 담화 직후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2발을 쏘며 군사 도발에도 나섰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대남 비난은 자유한국당 성명에 담긴 표현처럼 우리 정부만의 일방적인 짝사랑을 걷어차인 듯한 꼴이어서 할 말을 잊게 한다. 더욱이 미국과는 정상 간에 친서를 주고받으며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우리에겐 닫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인 듯하더니 이젠 우리와는 아예 끊겠다는 통미절남(通美絶南)으로 가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미·북 대화와 남북 대화가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며 북한을 마냥 포용하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과연 그들에게 대화의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심각한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정책당국자 모두 북한 비핵화나 평화경제로 개념화된 경제교류 면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은 당분간 남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 이후 미·북 대화가 재개돼도 남북 대화는 바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평통 대변인 담화 첫머리에서 문 대통령 연설에 대해 태산이 큰소리를 내고 움직였으나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뜻의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말로 빗댄 걸 보면 우리에게 걸었던 기대에 대한 실망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미·북, 남북 관계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길 원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판을 흔드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두 차례 만나 끌어낸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기를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