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된 깜깜이 예산 심의(2019.11.29)
소(小)소위 가동을 놓고 불거진 여야 이견에 6일째 공전하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예산안 심사가 어제 오후 재개됐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3당 예결위 간사 간 협의체 회의로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고 회의 운영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록만 남기는 방식이다. 예산안 심사 시한 때문에 시간 여유가 없는데도 여야는 나흘여를 흘려버렸다. 소소위란 빠른 심사를 명분으로 여야 간사와 정부 관계자만 비공개로 만나 속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증감액 협의를 하는 기구다. 매년 관행적으로 가동해왔는데 밀실 협의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이에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자신과 3당 간사가 참여하되 속기록을 남기고 언론에 내용을 브리핑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거부에 예산 심의 자체가 겉돌아버렸다.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에 대해 상임위 심사에서는 증액 13조6000억원에 감액 3조원 정도의 손질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1차 감액 심사에서는 상임위 삭감 의견 651건 중 169건(약 5000억원)만 확정했으니 보류된 482건을 추가 심사하고 증액 안건 심사도 별도로 해야 한다. 야당은 일자리 사업이나 복지 지출 삭감에 주력한다. 지역구 표심 잡기에 유리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늘리는 데 앞장선다. 여하튼 예결위 활동 시한인 30일까지 증감액 심사를 마쳐야 하니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올해 역시 졸속 심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논란을 거쳤지만 결국 올해도 3당 간사 간의 소소위에서 증감액 작업을 하니 밀실 심의는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법적 근거도 없는 회의체에서 속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칼질을 하는 것이다. 여야 간 밀실 협의나 깜깜이 심의가 이렇게 관행적으로 되풀이되는 소소위 같은 기구에서 비롯되는 것인 만큼 손질이 시급하다. 예산 심의에 따라붙는 '졸속' '밀실' '깜깜이' '짬짜미' 같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빨리 떼내야 한다. 미국처럼 결산위와 예산위를 분리하고 연중 가동되는 상임위로 상설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제도적인 개선에 나서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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