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신하의 유형 (2020.9.18.)
조직 안에서 나는 어떤 부류에 해당할까.변화와 혁신을 외치고 있는가.소신을 갖고 직언을 하고 있나.눈치나 보며 무임승차하고 있는건 아닌가.아첨만 일삼으며 출세에만 골몰하고 있나.금융인 출신으로 한학 전문가인 박순열씨의 `이런 말에 이런 뜻이?'라는 재미있는 책에 관련된 내용이 잘 정리돼있다.
BC 300년 무렵인 중국 전국시대 순자(荀子)는 임금을 받드는 신하를 4부류로 나눴다.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성신(聖臣)이다.임금을 존중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일처리에 빈틈 없는 신하다.환란이나 위기 때 임금과 백성을 지켜주는 공신(功臣)도 꼭 필요한 이다.반대 유형에는 찬신(簒臣)과 태신(態臣)을 그렸다.임금을 미혹시키고 부정한 일로 사익을 도모하는건 찬신이다.태신은 무능력한데도 임금에게 아첨해 총애를 얻는 신하다.찬신과 태신을 주변에 둔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의 모습은 뻔하다.
순자는 이와 별도로 쟁신,간신,보신,불신 이라는 기준을 함께 제시했다.쟁신(爭臣)은 임금에게 진언하고 그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죽음을 무릅쓰는 신하다.간신(諫臣)은 임금의 그릇된 판단을 옳은 말로 간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관대작이라도 흔쾌히 던져버리는 신하다.보신(輔臣)은 주변의 지혜와 힘을 모아 임금의 결정을 올바르게 이끌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신하다.불신(拂臣)은 임금의 하는 일에 반대하고 명령에 항거해 권력에 저항하는 신하다.
순자는 정의로운 신하를 쓰면 나라를 잘 끌어가고 백성으로부터 임금도 칭송을 받는건 당연한 이치라고 했다.중요한건 신하를 볼 줄 아는 임금의 혜안이다.명철한 임금이 상을 주는 신하에게 어리석은 임금은 벌을 준다.어리석은 임금이 상을 줬던 사람을 명철한 임금은 멀리 내친다.그 선택에 따라 나라 꼴은 달라진다.순자는 신하의 도리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결국 나라 운영을 좌우하는 핵심은 임금의 판단과 처신이라는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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