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헛발질` 외교안보라인 대수술하나(2008.7.29)

joon mania 2015. 7. 29. 09:27

`헛발질` 외교안보라인 대수술하나(2008.7.29)

이태식 주미대사, 유명환ㆍ김하중 장관 거취 주목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숱한 실책으로 더 이상 지금의 외교안보라인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계속해서 외교 쪽에서 일이 터지는데 어떤 식으로든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을 이끈 대부분의 사안이 외교안보라인의 `헛발질`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여권과 청와대의 공통된 인식이다. 


촛불시위로 국정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쇠고기 파문`은 차치하고서라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시기 발표와 관련한 한ㆍ미 외교당국 간 `엇박자`,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늑장 보고,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성명, 독도 외교 실패 등 굵직한 현안에서 외교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외교안보라인의 `대폭 교체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현재 휴가 중인 점을 감안할 때 휴가 복귀 이후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지명 변경으로 인해 이태식 주미대사가 경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통령도 휴가지에서 독도 문제를 보고받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대미 외교에 총체적인 구멍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무엇보다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1977년부터 독도 대신 리앙쿠르 록스라는 지명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30년 이상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BGN이 외국 지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는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의 외국 지명 데이터베이스 `지오넷 지명서버(GNS)`에 참고기관으로 한국 기관은 단 한 곳도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가시방석에 앉아있기는 마찬가지다. 


외교부의 대표적인 `미국통`일 뿐 아니라 장관 부임 직전 주일대사를 할 만큼 미ㆍ일 전문가로 꼽히는 유 장관은 독도 문제로 공교롭게 미국과 일본에 뒤통수를 맞았다. 


ARF 의장성명 작성 과정에서 북한 외교력에 한 수 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유 장관 교체설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 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가운데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김하중 장관에 대한 문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외교안보라인 교체보다 이 대통령의 확고한 외교안보 철학과 비전 수립이 더욱 시급한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났지만 `실용`이라는 구호 아래 외교안보 정책이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철학과 원칙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실용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 서울 = 손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