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열쇠는 결국 미국 손에…新질서 도출에도 입김(2008.10.30)

joon mania 2015. 7. 31. 14:42
열쇠는 결국 미국 손에…新질서 도출에도 입김(2008.10.30)
금융위기 시발점 불구 글로벌 지배력 여전해

◆ 빅뱅 세계경제 ④ / 경제 대국들의 서바이벌 게임 ◆ 

금융위기 수습을 위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은 새로 짜일 국제금융질서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다음달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새로운 자본주의를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신브레턴우즈 체제 논의를 주도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의 개최를 사실상 주도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 기업과 자유 무역의 원칙을 반드시 재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의의 의제를 금융에 국한시키지 않고 무역 분야까지 아우르겠다는 의도다. 금융과 무역이라는 현안을 모두 내건 셈이지만 미국 금융위기에서 초래된 자본주의 국제질서 혼란과 동요를 수습할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사실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촉발했다. 모기지 자산을 담보로 발전시킨 유동화증권이 투자은행은 물론 대부분의 금융회사 자산 부실을 가져왔고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마비를 초래했다. 미국 정부의 처방은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연일 대규모 공적자금 지원으로 모아졌다. 금융시장이 이미 스스로 자구책을 갖출 능력이 없다는 논리였다. 일주일 뒤 치러질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역시 이런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 그는 시장 수습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에 동의하며 한 발 나아가 1500억달러 정도의 추가 경기부양책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바마 캠프의 경제 고문인 자레드 번스타인은 "위기에 몰리면 신을 찾지 않는 사람이 없듯이 금융시장 역시 위기를 맞게 되면 시장주의자가 사라지는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수습하는데 이론적 뒷받침을 했던 케인스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적절한 시장개입이든, 다른 방식을 찾아서든 국제무대에서는 미국에서 먼저 금융위기 해결의 실마리와 해법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무리 위기의 진원지일지라도 유일의 기축통화로서 달러는 아직 건재하고 미국 경제의 세계 지배력도 약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 해법의 방향을 지금까지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상호주의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 군사, 외교 분야에서 부시 행정부가 보여준 일방적 강자의 논리를 위기 상황에 빠진 경제질서에 또다시 적용한다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흑인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는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미국 사회에 불어닥칠 인식과 가치 변화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재발 방지와 새로운 국제질서 체제 구축을 향한 해법은 이번 대선 후 새로 등장할 행정부의 색깔과 철학에 따라 세계에 공유되느냐, 거부되느냐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경제 분야에서도 상호주의와 공존의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