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억달러 단기 지원받는 美자동차업계 살아날까(2008.12.20)
크라이슬러 회생 불투명…GM은 한숨 돌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라는 극단적인 경제 상황에서 자동차 업체를 파산시키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고 판단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19일 오전(현지시간) 가진 긴급 회견에서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해 174억달러의 단기 구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자동차 업체를 무너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책임 있는 결정이 아니라고 본다"며 "자동차 업체 파산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미국 국민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상원에서 자동차업체에 대한 140억달러 자금 지원 법안이 부결된 뒤 조지 부시 행정부는 부산하게 움직였다. 백악관과 재무부는 이미 의회를 통과한 금융회사 구제 자금 7000억달러의 재원을 활용키로 했다. 절반인 3500억달러는 이미 재무부 장관의 판단으로 용도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업체는 의회에 제출한 유동성 상황과 자구 계획에서 올해 말까지 110억달러와 40억달러씩의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운영자금이나 금융 비용 부담에서 한결 여유 있는 포드는 이번 지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지원 이후 업체들의 회생이 가능해지느냐다.
경제 전체 상황을 감안해 3월 말까지 자동차 업체들을 연명시키는 것이지만 획기적인 활로를 모색하지 않는 한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제 자동차업체의 경영진, 노조, 딜러, 부품공급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양보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의 고강도 자구책 마련을 위한 양보가 없으면 채권자들로부터의 반응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도 3월 말까지 업체의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지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의회는 당초 14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위한 법안을 마련할 때 두 차례의 청문회를 통해 업체 경영진과 노조 등으로부터 획기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토록 요구했다. 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를 중심으로 한 업계 노조는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를 아직 보여주지 않았다.
의회와 행정부는 당초 업체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카 차르`라는 강력한 감시 기구를 만들어 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려 했다. 국민들의 세금을 민간 기업에 지원한 대신 강력한 칼질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번 자금 지원 대신 `카 차르`와 같은 감독 장치를 둘 것인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설사 만들어진다고 해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는 가시화되지 않고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 의해 주도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서버러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크라이슬러는 파산의 길로 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당장 향후 1개월간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자금 지원 조치로 조업 중단을 해제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쌓여 있는 재고나 운용자금 부담 때문에 내린 조업 중단이기 때문에 철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GM의 경우 단기 유동성 고갈 상황을 벗어난 뒤 어떤 식으로 회생의 길을 모색할 것인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발목을 잡고 있는 `레거시 코스트`의 싹을 자르려면 어떤 형태로든 파산을 시킨 뒤 새로운 법인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레거시 코스트란 퇴직자에 대한 의료보험과 연금을 회사가 부담키로 노조와 합의한 것을 말한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자동차산업 지원책 발표에 힘입어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오전 10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166.94포인트(1.94%) 오른 8771.93에 거래되고 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36.88포인트(2.38%) 오른 1589.25를 기록하고 있다. GM은 13% 급등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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