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기 탈출했다면 지금 해야할 일
"조그만 여유 생겼을때
정부는 지출 줄이고
기업은 구조조정 주력
가계는 빚 덜어내
건전한 미래 대비하자"
지난번 칼럼 때 한국에 위기 의식이 없어 보인다고 짚은 뒤 두 갈래의 반응이 왔다.
먼저 딴 나라에서 온 외계인 취급을 받았다. 해외에 오래 있다 보니 현실을 보는 감이 떨어졌다는 핀잔이었다.
다른 쪽에서는 맞는 얘기라며 동조해줬다. 그런 경향이 다분한데도 너무 둔감해 걱정이라는 의견도 더했다.
경기에 대한 진단은 보는 이에 따라, 또 방향과 각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실 최근 들어 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을 잇달아 접한다.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금리 결정 회의 후 "불황이 바닥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항상 은유적인 표현을 쓰려고 애쓰는 버냉키의 어법을 감안하면 상당히 자신감 있는 표현이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82%는 경기 침체가 끝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데는 공감대가 이뤄지는 듯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국 경제에 대해 비슷한 진단을 내린다. 윤 장관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이기는 하지만 0%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얘기했다. 내년에는 4%가량의 성장률을 자신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 이렇게 호언할 만큼 한국 경제에 온기류는 확연해지고 있나 보다.
그렇다면 인정하자. 필자는 경제학자도 아닐 뿐더러 전문가로 나서기도 자신없으니 남의 의견에 동조만 하련다.
그러나 이런 기회에 할 일이 있다.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여겨질 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치우자는 것이다. 잘나갈 때 비올 날에 대비해 미리 우산을 챙겨두자는 좋은 뜻도 있다.
정부, 기업, 가계에 이르는 경제 주체들에 던지는 조언이다.
정부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 재정에서 마구 돈을 풀어 위기에서 겨우 탈출했는데 벌써 지출을 줄이라면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400조원을 웃도는 국가 채무에다 한 해 50조원이 넘는 재정 적자를 안고 있는 처지니 어떻게든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항상 보여야 한다.
기업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버거운 분야를 빨리 덜어내야 한다.
위기라는데도 좋게 나오는 실적은 사실 재고 정리에서 비롯된 측면도 다분하다.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폭증 덕도 봤다. 중국 정부의 과감한 경기 부양책은 `쟈덴샤샹` `자동차하향`이라는 표현까지 낳았다. TV,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선전은 중국 수요 증가가 크게 한몫 을 차지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경제특보로 일하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에 환율 효과가 없었다면 분기 사상 최대 흑자 이익이 아니라 최대 적자를 봤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 전체로 봐도 처리해야 할 골칫덩어리가 몇 개 있다.
금호그룹이 손을 들어버린 대우건설이나 산업은행이 팔아야 할 대우조선, 증자 문제로 줄다리기 중인 GM대우 같은 공룡은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아질 때 빨리 해치워야 한다.
가계는 빚을 줄여야 한다. 가계 부채는 우리 경제 전체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웃돌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금리 낮다고 빚 끌어다가 부동산에 투자하고 즐기다가 상황이 갑자기 바뀌면 뒤통수 맞기 십상이다.
가계의 주택대출 연체율은 속성상 쉽게 늘지 않는다. 버티다 막판에 포기할 무렵쯤에야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때쯤이면 늦다.
경기가 풀려가는 것은 인정하겠다. 지난번엔 아마추어 저널리스트의 진단 오류였다고 비판하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정부든 기업이든 가계든 분위기 좋을 때 허리를 졸라매라. 건전하게 미래를 대비하자.
[윤경호 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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