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관계

오바마, 이란에 어떤 선물할까(2009.3.23)

joon mania 2015. 8. 5. 15:57

오바마, 이란에 어떤 선물할까(2009.3.23)

여객기 부품 판매허용ㆍ자산동결 해제 기대



오랜 반목과 전쟁으로 점철된 미국의 중동정책이 대전환에 접어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이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사건으로 이듬해 수교가 단절된 뒤 테러와 핵개발 문제 등 현안을 놓고 충돌하면서 30년간 극도의 대립관계를 유지해온 대치외교가 본격적인 해빙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력 새해를 맞아 이란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제의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새 출발의 시기에 이란 지도자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며 "외교에 의한 건설적 협력을 추구하고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자"고 제안했다. 


또 `새해, 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의 3분35초짜리 비디오 메시지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이 비디오 메시지는 페르시아어 사진 설명과 함께 백악관 웹사이트에 실렸고 백악관 유튜브 채널에도 올라 있다.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적대적 노선을 견지하면서 공공연히 정권 교체를 주장했던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에서 이란 북한 시리아 등 `불량 국가`로 낙인찍어온 적성국 정상들과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란에 대한 화해의 손짓은 이런 대화를 통한 외교의 실천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해외 언론과는 처음인 아랍에미리트(UAE) 위성채널 알아라비아와 인터뷰에서 "미국인은 모슬렘의 적이 아니다"고 천명해 조지 부시 전 행정부에서 적으로 여겨진 모슬렘 세계에 화해의 손길을 제시한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은 오바마 대통령의 적극적인 직접 외교 제안을 일축하는 등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21일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이란 북동부 마샤드사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들은 변화의 슬로건만 제시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어떠한 변화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 반박은 오바마의 화해 제의에 대한 직접적 거부보다 이란 내부의 보수층 지지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하메네이가 "미국이 변하면 우리 행동도 변할 것"이라고 언급해 여운을 남긴 것에서도 양국 간 대화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 시도는 오랜 불신의 벽을 허무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의 호응도 컸다. 인터넷에 올라온 지 18시간 만에 15만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이 비디오 메시지를 봤다. 1300건이 넘는 호의적인 댓글이 붙었다. 


미국 행정부는 추가적인 화해 조치 일환으로 이란에 대한 여객기 부품 판매 금지 해제, 미국 내 이란 자산 동결 해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 정상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화해 제스처에 긍정적 평가를 보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 메시지를 "매우 건설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란이 오바마 대통령 제안에 현명하게 응대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