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외화 유동성 확보는 긁어 부스럼?(2009.4.8)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일(현지시간) 예고없이 4개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생뚱맞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 중앙은행이 영국, 일본, 스위스, 유럽연합(EU) 중앙은행으로부터 필요할 경우 파운드화, 엔화,스위스프랑화, 유로화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내용이다.국제 금융시장의 기축 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나라가 중앙은행을 내세워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해 나선만큼 이례적이었다.
각각의 한도는 영국 중앙은행에서 300억 파운드, 일본 중앙은행에서 10조엔, EU 중앙은행(ECB)에서 800억유로, 스위스 중앙은행에서 400억프랑 등이다.시한은 오는 10월말까지다.달러로 환산하면 총 2850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외화유동성을 FRB가 끌어올 수 있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양측 중앙은행간에 상호주의에 입각해 시장 안정을 위한 상징적 안전판을 마련한 셈이다.4개 대상 중앙은행은 이미 FRB에 달러 유동성 부족 때 무제한으로 달러를 공급받도록 길을 터놓았다. FRB도 이제 그 나라 통화로 스왑을 요청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시장에 상호 균형 장치를 구축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조치다.
이번 4개 통화외에 다른 통화를 대상으로 한 스와프 협정이 추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달러 외에 이들 4개 통화보다 더 국제화된 통화를 찾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기타 다른 통화 사용국의 경우 달러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현지 통화로 바꿀 수 있어 달러 확보 장치만 강구하면 된다는 의미다.
FRB의 이번 조치는 느닷없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면에 숨어 있는 다른 배경 찾기에 더 관심이 쏠린다.
FRB는 외화 유동성의 크레디트 라인을 미국의 금융회사들에게 제공될 것이라고만 밝혔다.구체적인 배분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배경 설명도 안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도쿄,런던, 유럽,스위스 등 현지에 나가 있는 미국 금융 회사들의 현지 자금 조달 애로를 해소해주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해외에서 영업중인 금융 회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유동성 확보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징후는 없지만 선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하게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 표시로도 읽힌다.
일각에서는 신용경색으로 미국내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에 처한 일부 금융 회사들이 외화 유동성까지 조달하기 어렵게되자 FRB가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이런 점에서 이날 조치를 두고 FRB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미국 금융 회사들의 외화 유동성 조달에 좋지 않은 신호가 나오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실제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 금융 회사들의 유동성 사정은 심각한 지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FRB의 발표후 시장에서 별다른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보면 실제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FRB가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해 실세금리가 떨어지는 등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용도가 떨어진 미국 금융 회사들의 외화 조달 비용이 급등해 FRB가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신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중앙은행간 통화 스와프에는 적용 금리가 훨씬 낮고 환리스크가 없기 때문에 차입조건이 유리하다.그러나 중앙은행이 민간 금융 회사의 조달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어서 역시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가장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최근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 모색을 제안하는 등 달러화 위상을 흔든데 대한 방어 차원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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