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과 통화전쟁 두려웠나 환율조작국 지정 안해(2009.4.17)
재무부 기존입장 바꿔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 보고서를 통해 "주요한 무역 상대국 가운데 누구도 환율을 조작했다는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시비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보고서에서는 한발 나아가 "중국은 환율의 유연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했다"고 긍정적인 평가까지 내렸다.
미국 재무부는 1989년 이후 매년 봄과 겨울에 환율 보고서를 발표해 각국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의 대규모 무역 흑자와 외환보유액을 지적한 뒤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는 견해를 유지한다"며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위안화가 어느 정도 저평가됐는지 추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위안화는 16.6% 절상됐다. 재무부는 이와 함께 환율의 추가적인 유연성 확대와 중국 내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무부의 이번 환율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중국이 통화를 불공정하게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환율 조작 의혹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전임 조지 부시 공화당 행정부 집권 때 민주당 주도 의회가 끊임없이 중국에 대해 환율 조작국 지정을 촉구했던 점을 감안할 때도 이례적인 일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지난달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는 것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믿고 있다`고 서면 답변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자 "중국의 환율 문제는 중국 상황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도 동시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한걸음 물러선 바 있다.
이후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경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환율 문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특히 당시 가이트너 장관 내정자 서면 답변에 대해 "중국의 환율 문제에 대해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밝혔던 내용을 다시 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치 현실에서 대선 유세 때 제기했던 구호성 주장을 집권 후 정책 결정과 집행에 나섰을 때 뒤집는 사례는 적지 않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대중국 환율 정책 평가도 그런 연장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을 때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막상 행정부를 장악하고 나서는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를 대변하는 전미제조업협회(NAM)와 최대 공공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등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의회에서도 여전히 이에 동조하고 있다. 지난달 하원 세출위원회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특정한 무역 상대국이 미국 정부에 의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무역 관련법에 의해 강한 제재를 받는다.
[워싱턴 = 윤경호 특파원]
'세계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영국 재정적자 우려(2009.6.5) (0) | 2015.08.07 |
---|---|
9월 G20 정상회담, 美 피츠버그서 열리는 사연(2009.5.30) (0) | 2015.08.07 |
美, 유로ㆍ엔ㆍ파운드 통화스왑 왜?(2009.4.8) (0) | 2015.08.05 |
실탄 두둑해진 IMF…G20 출연금 배분이 관건(2009.4.4) (0) | 2015.08.05 |
미ㆍEU 추가경기부양 힘겨루기(2009.4.2) (0) | 2015.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