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라이벌 버라이즌에게서 150만 고객 사들여(2009.5.12)
생존과 확장을 위해서는 최대의 경쟁사에게도 영업망과 고객을 넘길 수 있다.
미국 통신업계의 두 공룡인 AT&T와 버라이즌 간에 라이벌간의 경쟁구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례적인 자산 매각과 인수 계약이 이뤄졌다.
AT&T는 79개 지역의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영업망과 고객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지난 8일공식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18개 주에 걸쳐 있는 150만 여명의 고객들은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버라이즌에서 AT&T로 서비스회사가 바뀌는 황당한 사태를 맞는다. 대상 지역도 전국에 걸쳐 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북부 미네소타, 몬태나 , 남부의 뉴멕시코 그리고 동부의 버지니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영업망과 고객을 넘기고 받는 대가는 23억5000만 달러다.
전국 시장을 놓고 무선전화 고객 확보에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라이벌간의 이런 예기치 않은 계약은 법원의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지난해 올텔 이라는 무선전화 회사를 사들였다. 하지만 올텍의 영업 지역은 기존의 버라이즌 영업지역과 상당부분 겹쳤다. 더욱이 버라이즌이 지난해 별도로 인수한 루럴 셀룰러 라는 회사의 영업지역과도 중복됐다. 연방 통신서비스 규제 당국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측에 지나친 독점을 막기 위한 명분을 내세워 새로 인수한 올텍의 일부 영업망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버라이즌으로서는 내키지 않았지만 당국의 처분 지시 이행을 위해 올텍의 일부 영업망 매각을 공매했고 AT&T가 이를 덥석 물어간 것이다.
150만여명의 고객들은 이번 계약으로 기존의 전화기를 새것으로 바꿔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버라이즌이나 올텔 고객들은 같은 전화기로 호환이 가능하지만 AT&T와는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계약이 최종 마무리되려면 올해말까지 후속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네트워크를 바꾸는 작업이 적어도 1년 이상 걸려서다. AT&T는 이 작업에 4억 달러를 더 투자해야 한다.
AT&T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와 비슷한 자산 매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지난 2008년 말 인수한 센테니얼 커뮤니케이션의 영업망 가운데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지역에서 기존의 AT&T와 중복되는 경우 이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AT&T는 2억4000만 달러 규모의 영업망을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에 매각키로 합의했다.
AT&T는 지난 1984년 반독점을 위한 회사 분할 명령을 받아 8개로 쪼개지는 비운의 대상이 된 뒤 25년여만에 다시 미국내 최대의 통신서비스회사로 치고 올라서가고 있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AT&T의 확장에 맞서 전국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미국의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과 영국의 보다폰 그룹이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다.
[워싱턴=윤경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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