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여성대통령 강점 더 활용하길(2013.3.26.)

joon mania 2015. 8. 8. 23:16
매경포럼/ 여성대통령 강점 더 활용하길(201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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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와 메르켈은 여성으로서 
빈틈 안보이려 완벽주의 기해
취임식날 화사한 한복굛귀고리
박 대통령에게서 여성을 읽어
국민은 유연한 리더십 더 원해
                 "

 그들은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으려했다.

 마가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전용 미용사를 항상 대동했다. 회의가 길어지거나 다른 회의를 또 할 때는 반드시 중간에 머리를 다듬게했다.심지어 각료들과의 협의때도 머리를 고쳤다.
 앙헬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무리 피곤해도 자세를 풀지 않는다.밤을 세워 이어지는 유럽연합(EU) 회의장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으로 유명하다.남성들을 압도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여성스럽고 결단력 약한 모습을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16세기 초에 쓴 유명한 저서 `군주론'에서다. 500여년이 흘렀지만 유효하다.대처와 메르켈은 이를 의식한듯하다.총리직에 오르는 데는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를 내세우기 싫어했다.대처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오히려 배려하지 않았다.재임중 단 한 명의 여성 각료를 임명하지 않은 유일한 총리다.대처에게 붙은 `철의 여인'이라는 말은 옛 소련이 조롱하려고 지어냈다는데 정작 본인은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두 단어 중에 강인함을 의미하는 강철에 더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한달전 취임식날 한복 차림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나도 모르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오른쪽 뒷머리에 꽃힌 금색 머리핀에도 눈길이 갔다.진주를 박은 듯한 귀고리도 좋았다.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느꼈다.취임사를 읽을때의 밀리터리룩을 연상시킨 바지 정장보다는 자줏빛 한복과 머리핀,귀고리를 보면서 여성 대통령의 등장을 실감했다.

 취임후 현장에 찾아갈 때 들고 간 박 대통령의 핸드백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려지면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다.한 유통매장을 방문했을때 대통령의 손에 있던 전통수예 지갑엔 전국에서 주문이 폭주했다.한개 4000원의 저가였지만 소비자들의 무관심에 고전하던 제조업체 소산당에선 하루아침에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왔다.이걸 보면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서 `여성'을 더 읽고 있는게 분명하다.

 한복과 귀고리 이미지를 박 대통령의 취임사에 있던 콩과 까치밥이라는 표현에 연관시켜 보고싶다.박대통령은 어려운 시절에 콩한쪽이라도 나눠먹는게 우리 민족의 심성이라고 말했다.조상들은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을 남겨놓는 배려의 마음을 갖고 살았다고도 강조했다.콩과 까치밥을 인용한 연설은 박 대통령에게서 부친 박정희보다는 모친 육영수를 더 느끼게 만들었다.

 새정부 출범후 한달을 보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국민에게 처음 내놓은 담화때 내비친 결기는 `대통령이 무섭다'는 인상까지 줬다.정부조직법 협상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관철시킨데서는 원칙도 봤지만 불통을 거듭 확인했다.몇몇 고위직 인사에서 꺽지않은 밀어부치기식 고집은 심하다 싶다.한만수 공정위원장,김병관 국방장관,김학의 법무차관 등 줄지은 도중 하차는 한달의 시행착오로 치부하기엔 너무 큰 상처다.하나에서 열까지 다 챙기는 만기친람형인데 거기에 나홀로를 고집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생긴 문제다.취임 첫해 한달째의 지지율 44%는 역대정부 최저다.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주는게 정상일텐데 지금은 거꾸로다.

 박 대통령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사명감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한다. 5년 임기 내내 긴장속에 자리를 지켜야 할텐데 힘을 빼고 좀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대처나 메르켈이 했듯이 여성리더십을 감추고 대신 남성리더십을 내세우는걸 배우지 않았으면 한다.정작 메르켈에게 있는 다른 모습을 박 대통령은 아는지 궁금하다.자식이 없는데도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는`무티(엄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필요하면 상대를 설득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준 때문이다.박대통령도 이런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한다.엄마같은 따뜻함을 유지하고,여성이라는 점을 오히려 더 활용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