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담합 근절하겠다는데 정유사는 동참않나(2012.1.26.)

joon mania 2015. 8. 9. 00:12
삼성 담합 근절하겠다는데 정유사는 동참않나(2012.1.26.)

삼성그룹이 어제 사장단협의회에서 담합을 해사 행위로 규정하고 담합 근절 대책을 다음달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계열 기업들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담합 행위로 과징금을 잇달아 부과받았고 이에 대해 국민적 지탄이 커지자 내놓은 고육책으로 보인다. 과징금을 받은 당사자인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담합을 부정과 똑같은 행위로 간주해 무관용으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니 일단 기대를 갖게 만든다. 
대기업의 담합 행위는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를 깨고 궁극적으로 시장경제 질서를 해치는 범죄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서로 짜고 세탁기ㆍ평판TVㆍ노트북PC 가격을 올려 받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검은 뒷거래나 하면서 국민 주머니를 턴 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회사는 지난 2년 사이 세 번이나 담합으로 적발됐으니 상습범이나 다름없다. 이들 외에도 정유, 항공, 식음료뿐 아니라 보험 등 소비자가격과 연결되는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공정위가 아예 소비자에게 소송 경비를 지원하고 나설 정도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2010년부터 회사별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담합 방지 등을 위한 준법감시장치를 가동했다지만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표는 담합 징계를 계기로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에 위기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포석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에는 삼성테크윈 부정 적발 후 부패 근절을 강조하며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차제에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LG그룹은 물론 정유사 같은 그동안 담합에 단골이었던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담합 근절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도 회원사들이 담합에서 손을 털 것이라고 선언한다면 국민에게 환영을 받지 않겠는가. 일 터지고 나서 호들갑을 떨 게 아니라 다시 적발됐을 때 최고경영진이 책임을 지는 모습도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적발 건수 채우기에 급급해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을 깎아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남용하지 말고, 적발된 기업에는 따끔한 제재를 내려 '담합이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