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에 비쳐본 한국경제

신흥국 新외환위기에 굳굳하게 버티는 한국경제? (2013.8.29.)

joon mania 2015. 8. 10. 15:47
신흥국 新외환위기에 굳굳하게 버티는 한국경제? (2013.8.29.)

[윤경호 기자의 국제뉴스에 비쳐보는 한국경제]

 네이버 기사입력 2013-08-29 16:47     

요즘 한국경제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변수를 꼽으라면 두가지다. 첫째는 미국 중앙은행이 그동안의 돈풀기(양적완화)를 거둬들이는 이른바 `출구전략` 시행 시점이 언제부터냐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지난 6월 방침을 공언한 뒤 빠르면 9월부터 늦어도 연내에는 돈풀기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둘째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흥국의 외환위기가 얼마나 전염될 것이냐다. 

첫번째 변수는 이미 시장에 둔감하게 느껴지는 상수처럼 돼버렸다. 미국이 워낙 여러차례 물타기식으로 방침을 공표하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어서다. 반면 두번째 변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다. 더욱이 어디로 더 확산될지 알수 없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한국경제는 이번 신흥국의 新외환위기에 누구보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나라의 통화가치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떨어지는 위기에 몰리면서 그 나라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위기는 필리핀, 태국 등 주변 신흥국으로 확산되면서 요즘 국제금융시장에 신흥국 新외환위기가 핵폭탄처럼 불안감을 준다.사진은 인도,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 화폐가 모아진 한 전시장. 사진 전재=연합뉴스>

 
위기는 인도와 브라질의 통화가치 폭락에서 나타났다.브라질 리알은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떨어졌지만, 인도 루피 가치는 급격하게 폭락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지난 한달간에도 미 달러 대비 7%나 떨어졌다. 반면 이들과 달리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거의 미미하게 움직이는데 그치고 있다. 

국채 CDS(크레딧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도 확연하게 달리 가고 있다.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가산금리)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인식하는 해당 기업이나 국가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뜻한다. 

한국의 CDS프리미엄은 뉴욕시장에서 27일(현지시간) 85.96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신흥국 금융위기설이 부각된 지난 20일 87.84bp보다 오히려 1.88bp 내린 수치다. 지난 6월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기정사실화할때 5일만에 75.96bp에서 121.16bp까지 45.20bp(60%)나 급등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위기의 당사자와 주변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은 급상승하고 있다. 인도의 국가부도 위험을 대신 나타내는 지표인 최대 국영은행 인도국립은행(SBI)의 CDS 프리미엄도 지난 한 달 동안 255.57bp에서 372.08bp로 116.52bp가 치솟았다. 인도네시아의 CDS 프리미엄은 이달 초 208.96bp에서 286.70bp로 37% 올랐고, 같은 기간 태국의 CDS 프리미엄도 119.89bp에서 153.12bp로 27.7% 높아졌다.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CDS 프리미엄도 이달 들어 16∼23% 가량 올라갔다.위기의 중심에 있는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도 이달초 184.02bp에서 27일 206.43bp로 12% 올랐다. 

한국이 이렇게 다른 신흥국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나 외환보유액, 낮아진 단기외채 비중 등 달라진 펀더멘털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7월말 기준 3297억달러다. IMF는 단기외채와 외국인 증권·기타투자 잔액, 통화량(M2),수출액 등을 반영해 국가별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치를 제시하고 이 기준치의 100∼150%를 적정 보유량으로 권고하고 있다. IMF의 기준치로 보면 우리는 130% 수준이다. 

물론 위기의 당사자인 인도는 180%, 인도네시아는 165%, 필리핀 344%, 태국 317% 등으로 우리보다 IMF의 기준치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높지만 이 수치를 맞비교하는 것은 의미없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IMF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만으로도 급격한 외화유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의깊게 봐야할 대목은 바로 이점이다. 

전문가들은 두나라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아무리 IMF 기준치를 웃도는 외환보유액이 있어도 위기를 막기에 충분치 않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이 두 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는 현재 월별로 1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7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67억7000만 달러로 올해 누적액으로 364억5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이런 덕분에 한국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한국 증시가 다른 신흥국보다 우위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1∼7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2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사자`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자 아시아판에서 신흥국의新외환위기속에 위기에 잘 견디는 나라로 한국을 꼽으며 `승자`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위기가 한국경제에는 오히려 금융시장에서 다른 나라와 차별화하는 기회로 기록될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