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컬럼

[매경포럼] 옥상가옥(屋上架屋) (2014.2.4.)

joon mania 2015. 8. 10. 16:28
[매경포럼] 옥상가옥(屋上架屋) (2014.2.4.)
같은 기능 외교안보장관회의 두고
NSC 상임위와 사무처 신설하는건
二重 콘트롤타워로 혼선만 가중
직제보다 전략 잘 세우는게 먼저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헌법기구다. 대외정책ㆍ군사정책에서 대통령을 자문한다. 통일정책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경제정책의 국민경제자문회의와 비슷하다. 헌법 91~93조에 근거 규정이 명문화돼 있다. 

고리타분하게 헌법 조문을 들먹이는 건 행여 오해하는 국민이 있을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에서 장성택이 전격 처형되고 급박하게 돌아갈 때 발표된 우리 NSC 개편을 어떻게 봤을까 싶어서다.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1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 지시가 내려졌다. 나흘 뒤 세부 직제가 발표됐다. NSC 상임위와 실무기구인 사무처를 설치하기로 했다. 국가안보실 1차장(차관급)을 신설해 NSC 사무처장을, 정책조정비서관을 둬 NSC 사무차장을 겸임하게 했다. NSC 상임위에는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가 참여한다. 상임위원장을 국가안보실장에게 맡겨 외교안보 분야 중심 역할을 일원화했다. 

이번 발표를 보며 노무현정부 시절이 `데자뷔`처럼 떠올랐다. 2004년 중반 노 대통령은 NSC 사무처장을 청와대 비서실에서 분리해 별도 정무직으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당시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사무처장으로 승진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당시 장관급)이 NSC 사무처장을 겸하게 돼 있던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NSC가 정보와 권력을 독점한다는 거센 비판에 손을 들었다. 대통령 자문기구에 사무적인 지원이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을 조정하고, 전략 기획까지 맡겼다가 `이종석의 NSC 사무처`처럼 운영되면서 안팎에서 견제를 받은 것이다. 이종석은 NSC 사무차장직에 머물다가 2006년 초 끝내 통일부 장관으로 승진해 이후에도 NSC 하면 이종석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NSC 개편을 발표했던 한 달 전과 달리 새해 들어 북한 측 태도가 달라졌다. 느닷없이 중대 제안이라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평화 공세 뒤에선 핵시설을 풀가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과 이후 노골적인 행보에 한ㆍ일 간 갈등은 확대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현안은 꼬리를 무는데 NSC 활약은 안 보인다. 신설한 NSC 상임위는 매주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 대통령에게 보고토록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일선에서는 외교안보장관회의가 수시로 소집되고 굴러간다. 외교ㆍ국방ㆍ통일부 장관 외에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이 참여하니 NSC 상임위 멤버와 그대로 겹친다. 더욱이 청와대에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을 두고 있는데 NSC 사무처를 또 만들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NSC 원조인 미국에서는 NSC와 외교안보장관회의를 구분해 운영하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에서 지난해 말 나란히 NSC를 출범한 걸 우리와 맞비교할 일은 아니다. 양국은 최고권력자 직할에 총괄기구를 두지 않았다가 동북아 안보 정세 급변에 맞춰 신설했다. 우리는 NSC 자체를 새로 만든 게 아니라 NSC 상임위와 사무처를 두겠다는 것이었다. 정작 발표 후 한 달 보름을 보내고 어제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을 NSC 사무처장으로 임명했지만 그동안 국민에겐 멀쩡한 NSC가 개점휴업 상태인 양 비쳤다. 

이명박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통일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접었다. 독일에서는 우리나라 안전행정부와 유사했던 내독부가 관련 정책을 담당했다거나, 외교부에 통합하면 된다는 등 충분히 익히지 않은 채 추진하다 야당과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즉흥적으로 나온 정책의 귀결이었다. 외교안보정책 총괄기구를 이중 삼중으로 두는 건 불합리하다. 옥상가옥(屋上架屋)이다. 상황이 바뀌었고 판단에 오류가 있다 싶으면 접을 수도 있어야 한다. 직제만 건드리는 건 변죽 울리기다. 전략을 잘 세우고 일관성 있게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