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를 얘기하면 붕새와 나비부터 떠오른다. 나비는 호접몽(蝴蝶夢)에서 나온다. 지난밤 꿈에 나비가 됐다. 펄럭이며 꽃 사이를 날아다녔다. 꿈에서 깼는데 나비가 아니고 분명히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진정한 나인가?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꿈에서 깨어난 것은 무엇인가를 깨달았다는 의미다. 아집이나 편견에서, 진영 논리나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라는 것이 장자의 메시지다. 붕새는 소요유에 등장한다. 붕(鵬)은 날개를 펴면 하늘을 덮고, 한 번 치면 3만6000㎞를 날아간다는 전설의 새다. 원래는 곤(鯤)이라는 이름의 크기가 몇 천리에 이르는 몸집의 물고기였는데 붕으로 변신한다. 몸이 뒤틀리고 살이 찢기는 극심한 고통이 수반된다. 그래도 변신하려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경지에 도달해 만나는 소요유는 어떤 세속적인 가치에도 방해받지 않는 마음의 해방이다. 고달픈 현실의 삶에서 정신적 자유와 떠돎의 무대로 옮겨오는 것이다. 호접몽과 소요유가 현실을 외면하는 걸로 본다면 오산이다. 장자의 가르침은 현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 위에서 출발한다. 궁극의 목표는 질곡과 억압으로부터 개인과 사회를 해방하는 데 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과 언론 보도 이후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논란으로 세상이 어지럽다. 배신과 음모가 판친다. 권력 주변에서 주도권을 서로 쥐려는 암투가 벌어졌고 그 갈등이 마침내 터져버린 것 같다. 검찰이 문건 유출 경로를 찾아냈다고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대통령이 지라시라는 표현까지 쓰며 터무니없다고 미리 결론을 지어도 시중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권력과 정부에, 한걸음 더 나아가 국가를 향해 불신과 냉소가 횡행할 것 같아 걱정이다. 암울하다. 장자의 가르침처럼 모두가 붕새로 변신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윤경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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