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 곳곳에서 드러난 시스템 미작동을 혁파할 국가 대(大)개조론 구상을 이달 중순쯤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많은 부문에 수술이 필요하지만 우선 관료 개혁과 비효율적인 행정조직 혁신이 절실하다. 박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업계와 유착 관계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불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폐해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유관 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검사ㆍ감독 권한을 가진 주무부처 공무원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일벌백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하에 협회나 인증기관 등 먹이사슬로 얽혀 한통속이 된 관(官)피아를 혁파하지 못하면 사고는 또 터질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산하 기관과 업무위탁 기관을 대폭 정리하고 복수 경쟁체제로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 낙하산과 인사 청탁에 젖어 있는 정치권 구태도 수술해야 한다. 난맥상을 보인 재난안전시스템을 비롯한 조직도 손을 대야 한다. 박 대통령은 우선 총리실 산하에 장관급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부분적인 처방이다. 매뉴얼은 이미 많았지만 훈련을 통해 익혀 놓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재난안전조직 차원이 아니라 지휘체계와 책임감에 문제의 본질이 있었음을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 대통령이 국가개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시급한 상황이지만 당장 보여주기 위해 서둘러 맹탕을 내놓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마련하는 게 낫다. 기존 참모들이나 산하 공무원 손을 거치도록 한다면 또 '셀프 개혁'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기업과 민간 전문가들을 충분히 활용하고,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수술할 수 있는 인사에게 맡겨야 한다. 국가개조 작업을 누구에게 맡겼는지 보면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9ㆍ11 사태 후 '쇼핑하라'당부한 美 부시 대통령(2014.5.9.) (0) | 2015.09.01 |
---|---|
부동산값 제대로 반영토록 공시제도 손질해야(2014.5.7.) (0) | 2015.09.01 |
개각 늦춘다고 '식물정부' 돼선 안된다(2014.4.29.) (0) | 2015.08.28 |
여객선 增築 원상복귀시키고 선박검사 경쟁체제로(2014.4.26.) (0) | 2015.08.28 |
아이들 합동장례하면서 어른들은 뭘 맹세하는가(2014.4.24.) (0) | 2015.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