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예정에 없던 '민생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경제 상황을 점검한다. 세월호 참사 후 애도 분위기가 급격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수준까지 이른 데 따른 조치다. 세월호 참사는 관광, 숙박, 외식 등 서비스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참사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참사 후 일주일간 3대 신용카드 취급액이 3조900억원에서 2조9700억원으로 3.8% 감소했을 정도로 직격탄이 됐다. 이번 회의에 지역 상공회의소와 업체 대표들도 참석해 현장 애로를 전한다니 대책에 이를 잘 반영해야 할 것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3.9%로 지표상 호조였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여전히 부진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작년 3분기 1% 증가에 그쳤고, 4분기 0.6%, 올해 1분기 0.3%로 눈에 띄게 둔해지고 있다. 살아나던 부동산시장도 섣부른 전ㆍ월세 소득 과세정책에 주저앉았으니 다시 불을 지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전례를 보면 대형 사고 발생 때 직후에는 주춤했더라도 전반적으로 따져보면 민간소비가 줄지는 않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후인 1995년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기 대비 1.2%로 그해 1ㆍ2분기보다는 낮았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1%에 달했다. 대구 지하철 방화(2003년 2월 18일)가 났던 그해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4분기보다 0.8%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증가했다. 2001년 9ㆍ11 테러 열흘 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나가서 쇼핑하라"고 당부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도 "이제 안전하니 마음껏 쇼핑하고 뮤지컬도 보라"고 가세했다. 국민에게 두려움을 가라앉히고 각자 본분을 다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경제는 그 자체로 굴러가야 한다. 박 대통령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시기 선택이 중요하다(2014.5.16.) (0) | 2015.09.01 |
---|---|
유병언一家에 추상같은 공권력을 집행하라(2014.5.14.) (0) | 2015.09.01 |
부동산값 제대로 반영토록 공시제도 손질해야(2014.5.7.) (0) | 2015.09.01 |
국가 大개조 밑그림 시간 갖고 제대로 만들어라(2014.5.1.) (0) | 2015.08.28 |
개각 늦춘다고 '식물정부' 돼선 안된다(2014.4.29.) (0) | 2015.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