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시장에 직접 개입해 원화값 강세에 제동을 걸었던 외환당국이 어제는 지켜만 보자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소폭 오르며 마감됐다. 달러당 1027.9원에서 어제 1025.3원으로 움직였으니 보합권 안에서 주춤해진 형국이다. 미국의 테이퍼링(단계적인 유동성 환수) 조치로 달러화가 기본적인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26개월째 이어지는 경상수지 흑자와 3558억달러 외환보유액 등으로 원화값 강세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무리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원화값 오름세는 지나치게 가파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공개적인 개입에 대한 대외 비난을 무릅쓰고 당국이 그제 기습적으로 달러 매입에 나선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들의 손익분기 원ㆍ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1057원에서 이달 1046원까지 떨어졌다. 작년 12월엔 평균 환율이 1056원으로 손익분기 환율과 비슷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평균 환율이 1024원으로 손익분기 환율과 20원 이상 벌어져버렸다. 원가절감이나 환헤지 강화 등으로 수출경쟁력 추락을 상쇄하고 있지만 이런 자구노력보다 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여기에 지난 14일 100엔당 원화가격이 장중 1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도 외환당국의 개입을 재촉한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수출기업들의 이중고에 대한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외환당국이 100엔당 원화가격을 네 자릿수에서 유지하도록 하고, 달러당 원화값 마지노선을 1020원으로 잡고 있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화값 강세는 수입업체들에는 채산성을 높이고 내수 면에서 구매력을 높여 소비촉진 효과를 가져오는 양면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경제 전체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를 감안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진행되는 원화값 변동은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보다 세련된 외환당국의 대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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