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朴, 미국 가면 꼭 챙겨야 할 일(2015.9.8.) | |
미국 의회 지도부 따로 만나 1만5천명 일자리 비자 주는 전문직 비자쿼처 관련 법안 조속 처리 강력히 요청하고 로비 예산도 늘려 매듭짓길 |
미국 정부는 외국인 전문인력에 대해 취업비자(H1B)를 매년 8만5000개 배정한다. 학사나 그 이상 학력을 대상으로 하는 직종이다. 매년 4월 1일부터 접수하는데 올해엔 23만3000명이 신청했다. 무작위 추첨으로 결정하지만 조건을 잘 맞춰야 한다. 수학·과학에 강한 인도와 중국 출신이 전체 중 60% 이상을 가져간다. 기술이나 공학 분야도 유리하다. 한국 학생에게는 3000개 정도 배정된다. 한국 유학생 중 수학·과학·기술·공학 전공자는 전체 중 20%에 그치니 출발부터 불리하다. 다른 아시아 국가 유학생 중 이공계 비중은 평균 42%다. 한국 유학생은 8만7000여 명으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9.5%를 차지하는데 전문직 취업비자를 받는 건 1.9%에 그치니 엇박자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나라에 전문직 비자쿼터를 선물로 줬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쿼터 제한을 아예 풀었다. 호주에는 E-3 비자 1만500개, 싱가포르와 칠레에는 H-1B 비자를 각각 5400개, 1400개 배정했다. 의회 권한이었는데 행정부에 한동안 위임했다가 다시 찾아가버렸다. 호주는 미국과 2004년 5월 FTA를 체결하고 10개월에 걸쳐 의회와 별도 협상을 벌여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해냈다. 당시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빌 프리츠 상원 법사위원장이 대학 동문이라는 개인적인 관계가 크게 한몫했다. 우리는 호주의 1만500개와 비교하며 경제 규모 등으로 볼 때 그보다 많이 배정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2008년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이 한국에 쿼터 2만개를 배정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2013년에 상·하원에 각각 비슷한 법안이 다시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현재도 하원에 `한국과 동반자 법(Partner with Korea Act·HR1019)`이라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E-4 비자를 매년 1만5000개 주는 내용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전문직 비자쿼터 법안 처리를 위해 2012년 170만달러를 로비스트 고용에 썼다. 그 후엔 얼마씩 지출했는지 듣지 못했다. 여건은 만만치 않다. 전문직 비자쿼터 법안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 간에 줄다리기 중인 이민개혁법안과 얽혀 있어서다. 일부 의원은 전문직 비자쿼터를 별도 법안이 아닌 통합이민법안에 포함시키면 된다고 주장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해도 외국인 전문인력이 미국인들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국수주의적인 목소리가 아직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월 방미 때 워싱턴DC 동포들과 만나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를 미국 의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때 썼던 칼럼에서 이번과 똑같은 주문을 했다. 그 1년 전인 2012년 4월에도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미국에 가면 의회 지도부와 만나 전문직 비자쿼터 법안 처리를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외교부와 주미대사관에 후속 조치를 지시해야 한다. 로비를 위한 예산도 확 늘려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올 3월 미국에 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만나 전문직 비자쿼터 법안 통과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을 때 개인적으로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이런 게 바로 의원외교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가 양국 행정부 간에 타결된 지는 8년, 의회에서 비준된 지 3년 지났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를 성사시키면 전문직 비자쿼터라는 부대 선물이 있다고 협상 초기부터 내세웠다. 국민에게 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상의 방미외교에서 한·미 동맹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거두는 게 훨씬 돋보이고 와닿는다. 박 대통령이 다음달 미국 방문을 통해 전문직 비자쿼터 하나만 따와도 대성공이다. [윤경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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