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요즘 뉴스에 ‘크라우드펀딩’이라는 말이 자주 나와요. 크라우드(crowd·군중)와 펀딩(funding·자금조달)을 합친 말 같은데, 후원이나 기부와 다른 건가요.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을 많이 이용하면 좋다던데 그 이유도 궁금하네요.
A 크라우드펀딩은 말 그대로 군중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입니다. 특히 인터넷을 매개로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다는 게 특징이지요. 어찌보면 기부 같고, 또 한 편으로는 투자 같기도 합니다. 현재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약 344억달러 규모로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리서치기업인 메졸루션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지난해 대비 340% 성장한 3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내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입니다. 지난해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400억원 규모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초 크라우드펀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점차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투자금을 조달하고, 대가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나눠줄 수 있게 허용한다는 것이 법의 골자 입니다. 창업한 지 얼마 안된 스타트업(신생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큽니다. 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 기반이 약한 국내에선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투자금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은행이나 증권·펀드 외에 자본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도 투자처가 하나 더 생기게 됐습니다.
이제 크라우드펀딩의 종류엔 어떤 것들이 있고, 일반 투자자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퀴즈 하나 풀어볼까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든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연평해전’, 카쉐어링(차량공유) 스타트업 ‘쏘카’. 이들 셋의 공통점은 뭘까요.

국내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은 많이 있었습니다. 제작비가 모자랐던 영화 연평해전은 크라우드펀딩으로 20억원의 제작비를 조달했어요. 전체 순제작비 중 3분의 1이 크라우드펀딩에서 나왔습니다. 해외에선 애플·삼성보다 먼저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스타트업 ‘페블’이 크라우드펀딩의 전설로 통합니다. 투자금이 없어 시제품을 못 만들던 페블은 2012년 킥스타터에서 2시간만에 109억원을 조달했습니다. 1년 후에나 받아볼 제품을 킥스타터에서 예약한 사람들이 27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차량공유 스타트업 쏘카는 좀 성격이 다릅니다. 쏘카는 지난 7월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사이트인 8퍼센트를 통해 13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어요. 쏘카의 기업 비전, 성장성 등 종합적으로 검토한 사람들이 1인당 최소 10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 돈을 빌려줬습니다. 쏘카는 투자자들에게 12개월 안에 매달 대출금리 4.5%로 상환할 예정입니다. 쏘카와 8퍼센트는 투자금액에 따라 쏘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어요. 투자자들이 금전적 투자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가치에 투자하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죠.
혹시 이들 간 차이점도 발견하셨나요. 로렌스 레식 교수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일종의 정치 기부금을 모집한 유형입니다. 연평해전이나 페블은 문화예술 상품이나 새로운 제품 제작을 후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후원 댓가로 추후에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개발한 제품을 받았지요. 쏘카는 인터넷 대출 중개업체를 통해 대출로 자금을 마련한 경우입니다. 이를 각각 기부형·후원형·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구분해 부릅니다.
국내에서도 텀블벅·유캔펀딩·굿펀딩·와디즈 등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성격의 기부·후원형 펀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대통령선거·서울시장 선거 출마자들이 이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죠.
최근 들어 대출형은 은행 금리가 1%대로 낮아지면서 일반 개인의 투자처,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기회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중은행과 대부업체가 놓친 중금리 대출시장이 크라우드펀딩으로 활발해졌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P2P대출 중개업체들이 대부업법 적용을 받고 있어 발전이 제한적입니다.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은 대부업과 분명 다르기 때문에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 맞는 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개선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지난 7월에 법이 통과되기 이전에도 어느 정도 가능했던 크라우드펀딩입니다. 이번 개정된 법의 핵심은 국내에서도 증권형(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으로선 상환기간 내에 대출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하는 대출형에 비해 지분을 나눠주고 투자를 받으면 안정적으로 회사를 키울 수 있습니다. 투자자도 좋은 기업에 투자만 잘 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고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3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도 발표했어요. 크라우드펀딩으로 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인, 즉 투자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창업 이후 7년 이하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제한됐습니다. 다만 비상장 중소기업이 신기술개발을 하거나 신규 문화사업 등 프로젝트성 사업을 할 때는 업력이 7년을 넘어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가능합니다. 참, 금융·보험업이나 부동산업, 무도장, 골프장 등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업종도 제외됐습니다. 기업 한곳당 연간 최대 7억원까지만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제한을 뒀고요.
그럼 투자자 입장에선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창업초기·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성이 높은 점을 감안해 투자한도를 정했습니다. 일반투자자, 즉 개인이나 자기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인 법인은 한 기업에 최대 200만원까지, 연간으로는 총 500만원까지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할 수 있어요. 금융소득종합세를 내는 개인이나 자기자본금 10억원 이상인 법인은 한도가 조금 더 높습니다. 기업 한 곳당 최대 1000만원까지, 연간 총 20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벤처투자사 등 전문투자자는 한도 없이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중개업체 홈페이지에 증권모집 관련 정보와 사업보고서와 유사한 사업결산 서류를 매년 게시하도록 했습니다. 인터넷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기업의 재무사항과 실적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까지의 준비 속도로 봐서는 내년 1월 말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령을 살펴보니 이런저런 제약과 한도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만큼 꼼꼼히 따져보고 더 보완할 게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이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실패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서 IT제품 개발계획을 내걸어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사례들 중 75%는 제품 개발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부 기업은 투자금만 받고 잠적해버린 일도 있었고요. 결국 투자자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기업의 비전과 실력을 알아보고, 적절한 투자금을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이겠지요.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