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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한국몽(夢)은 있느냐고 다시 묻는다 (2015.12.17.)

joon mania 2015. 12. 18. 10:41

[매경포럼] 한국몽(夢)은 있느냐고 다시 묻는다 (2015.12.17.)
   


시진핑은 두개의 100주년 향해
중국몽(夢) 내걸고 국민 끌어가
우리도 주요 변곡점 맞아 이룰
미래 비전과 장대한 꿈 갖도록
대통령직속 전략委 가동해야

 

 

한 해 전 12월 23일자에 썼던 칼럼에서 `한국몽은 있느냐`고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리고 이 땅의 다른 지도자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남의 일인 양 팔짱만 끼고 있을지 모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도 같이 고민해 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던 두 개의 100년을 인용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에 실현하겠다는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會)가 하나였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 완성할 사회주의 현대화가 둘이었다. 합쳐보면 중국의 위대한 부흥이다. 장대한 꿈을 구현해 내자는 목표다. 이른바 중국몽(夢)이다.

중국몽을 향한 시 주석의 행보는 활발했다.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재현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세계에 충분히 각인됐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올해 출범했다.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인 SDR에 편입됐다. 달러, 유로, 엔, 파운드와 함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이자 준비자산으로 인정받았다.

대한민국의 2015년을 돌아보면 씁쓸하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봐야 메르스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리고 야당 분열밖에 안 떠오른다. 구멍 뚫린 방역체계와 의료시스템에 국민은 불안에 떨었고 정부는 허둥지둥댔다. 하반기로 접어들자 대통령과 집권당은 올바른 역사를 주입시켜야 한다는 사명감밖에 없는 듯 보였다. 야당은 알량한 기득권에 취해 자기들끼리 다투다 사분오열 갈라졌다. 그들에게 중장기 비전을 요구하는 건 쇠 귀에 경 읽기처럼 들린다. 남들은 미래를 향해 뛸 때 우리는 눈앞의 현안에 매달려 허덕이거나 아예 과거로 회귀했다.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처 방안을 짜내는 조직이 우리에게도 있다. 정부 쪽에는 기획재정부 미래경제전략국이다. 국회에는 의장 직속으로 미래전략자문위원회를 가동한다. 기재부는 전담국과 별도로 전문가를 끌어들인 자문기구 중장기전략위원회를 두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민간 공동위원장으로 김인호 무역협회장을 앉혔다. 이명박정부 막판인 2012년 하반기에 출범했다. 처음엔 장기전략국으로 시작했고, 박근혜정부 들어 미래사회정책국으로 바꿨다. 사회부총리 출범 후엔 미래경제전략국으로 명칭을 달리 내걸었다. 문패만 열심히 바꾸면서 허송세월만 했다.

중장기전략위원회는 올해 활동 목표라며 12개 분야를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나열해 보면 이렇다.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②인구 고령화에 대응한 사회보장 ③인구 구조 변화와 노동시장 ④인적자원 고도화 ⑤정부 R&D 투자 효율성 제고 ⑥미래 신성장동력 육성 ⑦글로벌 교역 패턴과 메가 FTA ⑧중국 경제의 기회와 위험 요인 ⑨남북관계 변화와 경협 확대 ⑩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 ⑪에너지 시장 효율성 제고 ⑫정부 신뢰 확보 및 사회적 갈등 해소 등이다.

오늘 중장기전략위원회가 분야별 정책과제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작업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2012년 말 1차에 이어 3년 만에 나오는 2차 보고서인데 미래 변화를 얼마나 잘 분석했고, 대응 방안은 어떻게 짰는지 궁금하다.

작년 말 칼럼에 썼던 똑같은 문구를 재인용해야겠다. 거듭 호소하지만 우리도 그럴듯한 꿈 `한국몽(夢)`을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이든, 광복 후 정부 수립 100주년인 2048년이든 변곡점을 맞아 도달할 목표를 가져보자. 박정희 시절의 경제5개년계획 같은 건 시대에 안 맞는다. 이명박정부의 747 같은 숫자놀음이나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같은 실체 없는 구호는 사양한다.

중장기전략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지금보다 한층 두터운 전문가들로 위원을 보강해야 한다. 각 부처의 유능한 실무자를 끌어모아 상근 사무국을 꾸려야 한다. 여기서 미래 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대응할 전략과 이를 함축할 캐치프레이즈를 내놓기 바란다.

사족 하나만 붙이자면 2016년 세밑에는 같은 얘기를 반복하지 않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윤경호 논설위원]